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에 위치한 운정방주교회의 신년목회계획은 과거를 돌아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살아난 교회’라고 정의할 수 있는 과거의 교회 상황은 어쩌면 아픈 상처가 될 수도 있지만, 살아계신 하나님의 손길을 통한 회복의 연속이었다. ‘살아난 교회가 생명을 살리며, 다음세대를 세우는 교회’로 회복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 어쩌면 교회 문을 닫을 상황에서 다시 주님의 몸 된 교회로 설 수 있었던 상황을 묻자 그 당시 조해권 장로님의 신앙일기 일부분이 답변으로 돌아왔다.
“2014년 추수감사절. 감사의 찬양이 넘치던 예배당의 문이 갑자기 굳게 닫혔습니다. 곧 아기 예수 성탄의 기쁜 소식이 넘쳐야 할 곳은 겨울의 추위와 함께 점점 얼어붙어 갔습니다. 한 가정, 두 가정 교회를 등지고 떠나갔고, 연말이면 익숙했던 성탄예배, 송구영신예배도 없이 새해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낮에는 손가락질에, 밤에는 불안함에 잠 못 이루며 눈물로 매일을 보냈죠. 몇 십억 단위의 빚을 떠안은 교회와 저희 가정을 포함한 열다섯 명의 교인들은 그야말로 목자 없는 양 같은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것 때문에 찾아온 고난과 핍박은 오히려 저희들의 믿음을 견고하게 만들었고, 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위해 언제일지 모르는 회복의 날을 기다리며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습니다. 열다섯 명의 교인들은 교회를 떠난 자들의 비난과 과중되는 재정적인 손해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회복되기를 원하여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이를 긍휼히 여기신 하나님께서 빠른 기도의 응답을 주셨고, 교단과 노회는 ‘교회를 살리자!’는 결정으로 현재의 담임인 윤효중 목사님을 파송해 주셨습니다.”
필자는 23년의 부교역자 생활과 더불어 교회 개척의 경험을 통해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예수님의 마음으로 목회하고 있다.
그 당시의 상황을 생각하면 “2015년 1월, 매서운 추위와 함께 찾은 교회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보일러가 터져 물이 새어있는 자리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그 순간 저와 제 아내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그 찬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엉엉 울며 목이 터져라 기도할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서는 하나님께 물었다. ‘주님, 어떻게 살리실 건가요? 주님! 어떻게 살릴까요?’ 우리가 드릴 수 있는 기도는 그것뿐이었다. 부임 전후로 주변에서는 좋지 않은 소문이 계속되고, 심지어 동료 목사님들로부터 망한 교회에서 얼른 도망가라는 이야기까지 들렸다. 그 당시 하루 이자만 65만원이었던 교회 본당에 홀로 앉아 하나님 앞에 서원했다. ‘나는 이곳에 죽으러 왔습니다. 이곳에서 뼈를 묻게 하옵소서.’ 그렇게 기도드린 후에 교회에 남은 열다섯 명의 성도님들을 만났다. 그들은 단순히 교회에 남은 사람들이 아닌, 교회를 지켜온 성도였기에 저는 그들의 이름과 얼굴 하나하나를 저의 뼛속에 새겼다. 그들은 여전히 주인행세가 아닌 주인의식을 가지고 교회를 건강하게 섬기고 있다. 하나님께서 불어넣으시는 생기를 통해 살아난 교회가 되었고, 이제 생명을 살리며, 다음 세대를 세우는 교회로 성장하고 있다”
교회 이름을 운정방주교회로 변경하면서 교회의 역사는 새롭게 시작되었다. 방주는 영어로는 ARK인데 ‘상자’의 의미로, 노아의 방주와 모세의 갈대상자에서 동일하게 사용된다. 이는 교회의 표어를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이 된다. 교회가 새롭게 시작되면서부터 표어는 매년 동일하다.
‘하나님 나라의 삶이 있는 교회’ 이는 선포되는 모든 말씀의 주제가 되고, 목회계획과 사역방향으로 구체화되어 각 부서와 성도들에게 공유된다.
필자 생각에는 방주에는 네 가지가 없다. 스스로 나아갈 동력(힘)이 없고, 목적지를 결정하는 방향조절장치도 없다. 또한 속도조절장치가 없고, 운항 시간을 가늠하거나 조정할 수 없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은 무기력함이 아닌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과 뜻이 무엇인지 묻고, 듣고, 순종하는 훈련과정이 된다. 하나님이 이끄시는 힘으로, 정하신 방향과 속도를 통해 목적지인 하나님 나라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오직 말씀과 성령으로 가는 방주를 신앙생활의 모토로 삼을 때, 개인의 각성과 가정의 변화, 그리고 교회의 참된 회복이 가능하게 된다. 지난 7년여 동안 ‘하나님 나라의 삶이 있는 교회’를 강조해왔고, 이제 2022년부터는 오직 말씀과 성령으로 가는 방주로써의 사명을 교회교육에 녹여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그것은 ‘전교인의 교사화’를 통해 다음세대를 세우는 비전이다. ‘바른 복음, 바른 믿음, 바른 생활’의 내용으로 채워지는 방주, 어린 영혼들을 살리는 교사된 마음으로 전교인과 다음 세대가 유기적으로 연합되어 하나님 나라의 삶이 있는 교회를 세워가는 것이다.
교회는 다른 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로 세워야 할 사명이 있다. 다음 세대를 세우지 못하면 교회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그렇기에 윤 목사와 성도들은 전교인의 교사화 비전을 두고 사역의 내용을 채워달라고 매시간 기도하며 하나님께로부터 응답을 구한다. 코로나 팬데믹 가운데서도 운정방주교회는 철저히 방역수칙을 지키며 단한번의 예배 중단 없이 1년 10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그만큼 긴 호흡으로 달려왔기에 조급함이 없는 목회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바른 복음, 바른 믿음, 바른 생활은 양육훈련의 세 가지 목적선언이이 그 요체가 된다. 이를 방주의 영어단어인 ARK와 연결된 전교인의 교사화가 추구하는 방향이 되는데 풀이는 다음과 같다.
전교인의 연합과 협력을 바탕으로 진행될 전교인 교사화의 비전(별도 표 참조)은 네 가지의 목표를 설정, 다음 세대를 세워갈 것이다.
“우리교회는 과거를 돌아보며 감사하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는 건강한 교회다”
2014년의 추수감사절 이후 문이 닫혔던 날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교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풍성한 추수감사절을 맞이하고 있다. 복음의 황금어장인 운정 신도시에서 성도들이 처한 삶의 정황을 잘 이해하고 위로와 격려로 늘 다가가는 목회자가 있고, 7년 동안 반복되고 있는 ‘하나님 나라의 삶이 있는 교회’가 이미 개인의 심령, 가정과 교회 가운데 이루어지고 있기에 전교인 교사화의 비전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는 다음 세대 사역’에 전교인이 헌신하며, 살아난 교회에서 다음 세대를 살리는 교회로써의 사명을 끝까지 감당하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