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즐겁지 못하고 어렵기만 했던 친정 엄마는 새 기술 습득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요즘 세상에 드물게 휴대폰 사용을 거부하고 집 전화에 의존했다. 밥솥이나 전자레인지가 고장나 바꿔야 하면 간단한 기능만 탑재된 업소용 제품을 어렵게 구해드려야 한다. 처음엔 이해가 잘 안 갔지만 나에게도 비슷한 습성이 있다는 걸 깨닫고 군말 없이 도와드리고 있다.
컴퓨터 운영체계가 바뀔 때마다 머리가 아프다. 30대까지는 제법 기술 친화적인 사람이었는데 번거로움에 새 기술 습득을 게을리했더니 이제는 휴대폰 설정 변경을 후배에게 부탁하는 처지가 됐다. 나도 친정 엄마처럼 기술 변화 따라잡기를 이제 그만할까도 잠시 생각했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아 다시 모든 신기술을 가능한 한 다 배워보리라 하고 적극적인 태세로 전환했다.
올 한 해 그동안 공염불에 그치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대신 실질적인 행동에 나선 ‘ESG 경영’ 사례를 열심히 공부했다. 요즘은 ‘메타버스’ ‘NFT 토큰’이 불러올 변화를 그려보고 있다. 옷을 만드는 과정에도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별의별 신기술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간 남의 일로만 치부하다 하나하나의 기능과 앞으로의 역할을 상상하다 보니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삶이 그려지며 즐겁고 흥분된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70%는 내가 먼저 습득한 지식을 전달하고 30%는 학생들의 가치관과 사는 법을 들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우리 대학 문화와 비대면 수업 방식의 한계로 학생들 생각을 들을 기회를 얻는 게 쉽지 않다. 얼마 전 중간고사 때 본인의 생각과 행동을 분석하는 문제를 넣어봤다. 채점을 하며 글로만 배우던 MZ세대의 변화된 가치관이 생생하게 들려 즐거웠고, 이제 세상의 주인은 이들이라는 사실이 새삼 와닿았다. 할 수 있는 한 변화를 최대한 받아들이고 요즘 세상에 대해 혀를 차는 대신 즐겁게 동참하고 싶다.
윤소정 패션마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