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허수아비 노릇 못해”… 金·윤석열·이준석, 팽팽한 ‘선대위 신경전’

입력 2021-11-13 04:03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놓고 윤석열 대선 후보,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대표 간에 신경전이 팽팽해지고 있다. 윤 후보 측은 기존 경선 캠프를 기반으로 외연을 확장한 통합형 선대위를 원하고 있지만 김 전 위원장은 김용태·정태근 전 의원 등 소장파에게 중책을 맡기는 쇄신형 선대위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대표는 슬림한 실무형 선대위를 만들자는 입장이다.

김 전 위원장은 12일 CBS라디오에 출연, “(선대위에) 가서 내 소신과 철학을 펼 수 있는 상황이 돼야 가는 것”이라며 “허수아비 노릇을 할 순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을 하게 되면 어떠한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추진을 해야 되는데 주변의 사람들이 거기에 같이 동조해서 따라올 수 있지 않을 것 같으면 뭐하러 가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전 위원장은 자신이 합류할 수 있는 상황을 윤 후보가 만들어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총괄선대위원장 제의에 확답했느냐’는 질문에 “내가 예스 하고 안 하고 그럴 게 아니라 후보 스스로가 확신을 갖고 결심을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전 위원장은 선대위 구성과 관련해 경선 캠프의 주축이던 중진 및 전직 의원들의 선대위 합류에 부정적 입장을 냈다. 그는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윤 후보가 과거 정치인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것 같으면 그 사람들(과거 정치인)과 비슷한 형태로 가지 않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후보 측은 선대위 인적 구성을 놓고 불거진 갈등설 진화에 나섰다. 불필요한 잡음에 윤 후보 지지율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부딪치거나 하는 분위기는 못 느끼고 있다”며 “여러 사람이 협력해서 선대위를 구성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총괄선대위원장 아래서 실질적으로 캠프를 지휘할 총괄선대본부장 자리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추천한 임태희 전 의원이 유력한 가운데, 대선을 진두지휘한 경험을 가진 권영세 의원도 이 대표 등 당내 다수로부터 추천을 받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이번 주말 윤 후보, 김 전 위원장, 이 대표가 조율한 후 선대위 인적 구성 윤곽이 본격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선대위 구성을 놓고 갈등설이 부각되자 윤 후보 지지층은 이 대표 소환론까지 제기했다. 당 홈페이지에는 이 대표를 비판하고 대표를 소환하자는 주장이 다수 게시됐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