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들이 12일 한·미 관계에 대한 확연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날 존 오소프 미국 상원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일제에 의한 한·일 합병과 남북 분단 등에 대해 ‘미국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 후보는 당사에서 오소프 의원과 만나 “한국이 일본에 합병된 이유는 미국이 가쓰라-태프트 협약을 통해 승인했기 때문”이라며 “결국 분단도 일본이 분할된 게 아니라 전쟁 피해국인 한반도가 분할되면서 전쟁의 원인이 됐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소프 의원이 이런 문제에까지 관심을 갖고 인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전해 들었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고 말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소프 의원은 “어제 전쟁기념관을 방문하면서 양국 동맹이 얼마나 중요하고 영속적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오소프 의원 측은 회동 후 본인 발언에 대해 “오늘은 동맹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을 (이 후보에게) 촉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의 발언은 한·미 간 지원·협력 성과 이면의 그늘을 함께 거론한 것이지만, 대선 후보로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한·미 관계 강화를 위한 상원대표단의 방문 목적에 찬물을 끼얹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비판했다.
반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미국에 확연히 우호적인 스탠스를 취했다. 그는 당사에서 오소프 의원과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등과 만나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전통적인 안보뿐 아니라 보건·행정·기후협약·첨단 디지털 기술 등 모든 분야에서 한·미 동맹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오후에 열린 서울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도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특히 중국이 민감해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추가 배치 문제에 대해서도 “사드를 포함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얼마나 더 강화하고, 한·미·일 간 공조할 것인지는 안보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우리 정부의 주권 사항”이라고 답했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한·일 합병 발언에 대해서도 “한·미 간 우호 협력을 위해 내방한 상원의원에게 그런 과거 역사를 거론하는 것은 좀 (부적절하다)”며 “우리 앞날의 미래를 위한 협력을 이야기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