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이 12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국민들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이지만 일부 주유소에서만 인하분이 반영된 탓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향후 6개월간 휘발유는 ℓ당 820원에서 656원으로, 경유는 582원에서 466원으로 유류세가 각각 20%씩 인하된다. 이에 따라 전날까지 ℓ당 1800~1900원대이던 기름값(휘발유 기준)은 1600~1700원대까지 내려갔어야 했다. 하지만 이날 이만큼의 가격 인하가 이뤄진 주유소는 찾기 힘들었다. 유류세 인하분이 정유사 직영주유소 765곳과 알뜰주유소 1233곳에 한해서만 즉각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는 전국 1만1260개 주유소의 17.8%에 불과하다. 한국석유유통협회가 지난 10일 회원사들에 “코로나19 장기화에 물가인상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을 생각해 즉각적인 기름값 인하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상당수 주유소가 이를 무시한 것이다. 이 때문에 기름값이 내려갔다고 해서 주유하러 나왔다가 가격이 인하된 주유소를 찾지 못해 되돌아가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자영 주유소의 경우 기름값을 업주 마음대로 책정할 수 있어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하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류세는 정유사 반출 단계에서 부과되는데 업주 입장에선 재고가 전부 소진되기 전에 기름값을 낮추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유소 업계의 얌체 영업 행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국제유가가 올라가는 등 유가 인상 요인이 있을 때는 그에 맞춰 신속하게 값을 올리면서 유류세 인하 등의 상황에서는 재고 핑계를 대며 인하를 미룬다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어 일반 소비자들이 유류세 인하 정책을 체감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자영 주유소들이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해 기름값을 책정할 때쯤에는 현재보다 유가가 올라 유류세 인하분이 상쇄될 수 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