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자민당 최대 파벌 복귀 첫 일성 “헌법 개정하겠다”

입력 2021-11-12 04:04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11일 집권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 총회에서 회장으로 추대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일본 집권 자민당 최대파벌의 수장이 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취임 첫 일성으로 헌법 개정을 내세웠다.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는 11일 총회에서 아베 전 총리를 회장으로 추대했다. 이에 따라 호소다파는 아베파로 불리게 됐다. 아베파는 자민당 내 주요 7개 파벌 중 가장 많은 87명의 중·참의원 의원을 거느리고 있다. 파벌 정치가 정국을 좌우하는 일본 정치 환경에서 집권 자민당의 최대 파벌 수장이 된 아베의 정치적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전 총리는 인사말에서 “다음 세대에 자랑스러운 일본을 계승하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힘을 다해 나가고 싶다”며 “개헌은 자민당 출범 이후의 당시(黨是)다. 우리가 논의의 선두에 서자”고 강조했다.

아베 전 총리는 7년 8개월에 걸친 2차 집권기에 개헌을 적극 추진했지만 야권이 개헌 논의에 응하지 않아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중의원 총선에서 개헌 세력인 극우정당 일본유신회가 약진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아베 전 총리는 ‘평화 헌법’으로 불리는 헌법 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개헌을 추진해왔다. 그는 일본이 ‘전쟁이 가능한 보통 국가’가 되는 것을 꿈꾸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의원 선거 승리 후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2차 내각이 외교 정책과 관련해 아베 전 총리와 충돌을 빚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기시다 내각은 납북 일본인 문제 해결을 위해 ‘북·일 정상회담’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수상관저에서 열린 2기 내각 출범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납치 문제 해결은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빠른 귀국을 실현하기 위해 조건 없이 김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말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이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양국 관계를 이대로 방치하기는 어렵다”면서 “한·일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린 후 폭넓은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해 의사소통을 가속하고 싶다”고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은 “하야시 외무상 인선을 두고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 등 당 다수파는 난색을 보여왔다”며 “기시다 총리가 같은 ‘고치카이’ 파벌인 하야시 외무상을 기용한 것은 파벌 간 균형을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베 전 총리와 아소 부총재가 반대하는 인물을 기용한 것은 최근 선거 승리로 인해 기시다 총리에게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기시다 총리는 하야시 외무상을 통해 연내 미국을 방문해 미·일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자민당 다수파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