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자도 먹고 살 만한 사회 구조 만들어야”

입력 2021-11-12 04:05
최서현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회의실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최서현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위원장은 ‘고졸이라도 먹고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복되는 특성화고 실습생과 졸업생 비극의 근본 원인은 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 구조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지난 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현장실습에서 마주하는 첫 직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취업률 달성에 급급해 전공과 무관한 곳으로 취업을 하고 이렇게 몇 번 반복되면 원래 갖고 있던 지식과 기능을 활용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졸 일자리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상황에서 학교 노력만으로 양질의 일자리 발굴은 한계가 있다. 그는 “지금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무시 당하고, 월급도 뻔한 열악한 일에 놓인다는 인식이 강하다”며 “이렇게 되면 누구나 대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직업 교육도 무의미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입생 충원을 위해 특성화고교에서는 유튜브학과, 메타버스학과 등 전공을 신설하지만 단기 일자리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 이사장인 이상현 노무사는 “졸업 시점이 아니라 취업 후에도 전공 역량을 개발해갈 수 있는 10년, 20년을 내다봐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라며 “대학 학력을 갖는 사람과 비교해 자신만의 직무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일터에서 안전한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노무사는 “고졸 학생들이 가는 업체는 안전보건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영세 업체가 많다”며 “교육을 통해서 ‘이건 법을 안 지키는구나’ ‘내가 하면 안되는 일이구나’라는 걸 배워야 하는데 교육 자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교육과정에 노동안전·노동인권 교육이 실질적으로 포함돼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다만 최 위원장은 “학생들은 기술을 배우고 그걸 취업처에서 활용하고 싶어서 특성화고를 선택하는데, 현장실습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그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안전한 노동현장을 조성하는 게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