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여당이 추진하는 ‘전국민 방역지원금’ 추가 지급에도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며 취약계층 선별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DI는 11일 ‘2021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지원금 추가 지급 방침에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경기회복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지원보다는 취약계층을 선별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금성 지원이 늘어날수록 국가채무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올해 47.3%를 기록한 데 이어 내년 50.2%, 2023년 53.1%, 2024년 56.1%, 2025년 58.8%로 전망한다.
허진욱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수준으로 빠르게 고령화될 것으로 예상돼 국가채무 비율이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것 자체는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리가 감당할 수 있고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국가채무의 증가 속도가 얼마나 되는지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면 회복세인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계대출 규제도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정 실장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봤을 때 한국이 (금리 인상을) 조금 일찍 시작했고, 11월에 올리게 된다면 속도도 다른 국가에 비해 상당히 빠르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통화정책을 너무 빨리 시행하게 된다면 오히려 경기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에도 경기 회복세가 이어져 3.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상향 조정된 데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효과가 반영됐지만, 재원 규모에 비해 효과는 크지 않았다고 KDI는 분석했다. 허 총괄은 “2차 추경이 1차 추경 대비 규모가 좀 더 컸고, 2개를 합쳤을 때 올해 성장률을 약 0.5%포인트 정도 끌어올린 효과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면서도 “성장 기여도는 추경 규모에 비해서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KDI는 경기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간 소비는 경제 활동이 재개되고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회복할 것으로 봤다. KDI는 “민간 소비가 올해 3.5% 증가한 후 내년에도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견실한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3.9%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2.3%, 내년에 1.7%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물가 상승이 장기화할 위험은 크지 않다고 봤다. 다만 내년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을 꼽았다. 최근 중국발 요소수 대란도 장기화하면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