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과세, 배달 소음, 특검까지… 이재명 ‘이슈 선점’

입력 2021-11-12 00:0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오른 주먹을 쥐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 후보는 가상자산 소득 과세와 관련해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보호보다 과세를 우선하는 경향을 보여 여러분이 매우 실망하고 분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1일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1년 유예하고, 250만원인 가상자산 소득공제 한도의 상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2022년 1월로 예정된 가상자산 세금 부과 시점이 2023년 1월로 1년 연기된다. 이는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 표심을 끌어안으려는 의도다.

하지만 가상자산을 신뢰할 만한 금융자산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여전히 치열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이 후보는 주요 국면마다 논쟁적 이슈를 던지며 정치권과 유권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행사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는 주식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시점에 맞춰서 1년쯤 연기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1년 유예를 사실상 당론으로 정해 밀어붙이고 있다.

이 후보는 가상자산 소득공제 한도 상향도 시사했다. 그는 “250만원부터 과세하겠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심도 있게 고려해서 (투자자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2030세대가 주축인 가상자산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상자산도 상장주식처럼 5000만원부터 과세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지점을 포착한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자산시장에서 가상자산을 불안전한 투기성 자산으로 보는지, 신뢰할 만한 금융자산으로 볼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이에 대한 공감대가 먼저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제완화에서 더 나아가 가상자산 전 국민 지급계획도 내놨다. 부동산 개발에서 나온 불로소득을 환수해 가상자산의 형태로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기본소득을 또 다른 형태로 보장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며 “새 통화를 만들어내는 셈인데, 거의 혁명”이라고 강조했다.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시각엔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이 후보는 “가상자산 시장을 터부시하다 보니까 규제 일변도로 가려고도 한다”며 “그래서 청년들이 기성세대에게 ‘꼰대의 향기’를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논쟁적 이슈를 잇달아 제기하며 ‘이슈를 이슈로 덮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이날도 ‘소확행 공약’이라는 제목을 내걸고, 이륜차 소음단속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추가로 냈다. 이륜차 전면 번호판 부착을 의무화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배달업이 활성화되면서 이륜차의 안전·소음 문제가 대두된 점을 파고든 것이다. 소확행 공약은 일반 국민 삶에 영향을 끼치는 소규모 민생 과제들에 관한 정책 공약을 시리즈로 제시하는 것이다

지난 10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는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조건부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전두환 발언’을 사과하기 위해 광주를 찾은 날이었다. 국민적 관심이 윤 후보에게 집중될 수 있는 국면에서 시선을 빼앗아 온 셈이다. 전 국민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 ‘반(反) 페미니즘’ 성격의 게시물을 잇달아 공유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우려 섞인 시선도 있다. 당과 충분히 조율하지 않고 던진 이슈가 악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여당 대선 후보는 성남시장이나 경기지사와 다르다”며 “지금은 후보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주환 정현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