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은 보람 있네요”…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선물 인기

입력 2021-11-12 04:07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 중인 주부 이모(28)씨는 최근 첫째를 출산하면서 ‘환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미세먼지에 찌든 탁한 공기가 아닌 맑은 공기를 마시고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먹거리 문제도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농약으로 재배한 농산물보다는 유기농법으로 키워 낸 친환경 농산물을 아이에게 먹여야 한다는 생각이 커졌다.

다만 친환경 농산물은 상대적으로 고가라서 부담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았다. 그러다가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사업’을 접했다. 연간 48만원 어치의 친환경 농산물 꾸러미를 공급받을 수 있다는 주변 얘기를 듣고 지원을 신청했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된 이씨는 “자연을 살리는 친환경 농업에 함께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전했다.

올해로 2년째 시행 중인 농식품부의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사업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출산한 지 12개월 이내인 산모가 본인 부담금 9만6000원을 내면 연간 48만원 어치의 친환경 농산물 구매가 가능하다.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통합 쇼핑몰을 통해 회 당 3만~10만원 어치를 구매할 수 있다. 48시간 이내 배송되다보니 만족도도 높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 6월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봤더니 2만6859명의 응답자 평균 만족도는 100점 만점 기준 88.9점에 달했다. 응답자의 95.1%가 이 사업을 지지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사업 첫 해인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91.9%)보다 3.2% 포인트 지지율이 올랐다.

높은 호응도는 사업 대상 확대로 이어졌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시와 충북, 제주 등 3개 특·광역시의 24개 시·군·구에 거주하는 산모만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는 11개 특·광역시 138개 시·군·구로 지원 대상 지역이 대폭 늘어났다. 기초자치단체 수로만 비교하면 6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친환경 농산물 공급이 늘어나면서 부수적인 효과도 엿보인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라는 무형의 성과가 더해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기농법으로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은 일반농법으로 재배한 농산물보다 10.6~89.3% 정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한 한국 입장에선 친환경 농산물 재배가 늘어날수록 유리한 것이다. 재배를 늘리기 위해선 그만큼 수요가 늘어야 하는데 이 사업이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산모에게 친환경농산물의 환경가치를 알려 지속적인 소비로 연결하는 계기로서 의미가 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보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우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이 제한적이다. 출산율이 높은 지자체가 빠져있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1.28명)을 기록한 세종시는 대상 지역이 아니다. 지원 대상 확대도 필요하다. 지원 대상 산모 수는 사업 첫 해와 지난해 각각 8만명에 그쳤다. 대상 지역을 대폭 늘렸지만 인원이 그대로다보니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지 못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내년에는 더 많은 산모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