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차의 엔진 결함 문제를 내부 고발한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이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2430만 달러(약 285억원)의 포상금을 받게 됐다. 공익 제보나 내부 고발에 따른 포상금이 낮을 뿐 아니라 제보자가 고발 이후 종종 해고와 가정파탄의 길을 걷게되는 한국과는 사뭇 다르다. 공익 제보를 머뭇거리게 만드는 관련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
김씨는 2016년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세타2 엔진 결함을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한국 정부에 잇따라 제보했다. NHTSA는 이를 토대로 리콜 적정성 조사를 진행해 현대·기아차 160만대를 리콜하고, 두 회사에 과징금 8100만 달러를 부과했다. 미국 법에 따르면 중요 정보를 제공한 내부 고발자에게 과징금의 최대 30%를 포상금으로 지급할 수 있다. 김씨가 거액의 포상금을 받게 된 근거다. 김씨는 제보 후 현대차에서 해임됐다. 회사 영업 비밀 유출 등의 이유다. 그는 제도가 잘 갖춰진 미국의 공익 제보자 보상체계가 없었다면, 내부 고발을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내부 고발로 잃을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포상금에 상한이 있다. 공익 침해 30억원, 세금 탈루 40억원이다. 상한선까지 받은 이는 없고 각각 평균 2200만원, 3200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공익 제보 보상금 상한액 폐지를 골자로 한 부패방지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 올라왔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공익 제보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시행령을 개정해 보상 비율을 높여야 한다. 기업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는 중요한 제보나 고발이라면 제보자를 벌하기보다는 기업이 거듭날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게 마땅하다. 물론 공익 제보를 빙자해 회사 기밀을 빼돌리거나 악의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공익 제보자 보호와 함께 내부 고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환경 마련 등의 제도적 장치를 강구해야 하겠다.
[사설] 공익 제보 활성화할 제도적 장치 강구해야
입력 2021-11-12 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