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 VS “혁신기술”… 커지는 오픈뱅킹 신경전

입력 2021-11-12 04:05

소비자 편의를 목적으로 도입된 오픈뱅킹을 두고 시중은행과 빅테크 기업들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은행권은 기성 금융권이 구축해놓은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토대로 빅테크가 ‘무임승차’를 한다고 주장한다. 이이대해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업체는 무임승차가 아닌 핀테크만의 ‘혁신 기술’이라고 맞서고 있다.

두 업계는 지난해부터 오픈뱅킹 등 편의성을 앞세운 신생 금융서비스를 두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지난 8월 정부가 대환대출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기성 은행권은 “(대출)상품도 은행이 만들고 사후 책임도 은행이 지는데 핀테크 업체는 플랫폼만 제공하고 이익을 가져간다”면서 불만을 표출했다.

대환대출 플랫폼은 모든 금융사의 대출상품을 한곳(플랫폼)에 모아 소비자가 손쉽게 금리를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금융위는 당초 지난 10월 서비스를 개시하게 할 계획이었지만 빅테크 종속과 은행권 내 과다경쟁을 우려한 은행권 반발에 관련 논의는 사실상 백지화된 상황이다.

오픈뱅킹을 둘러싼 은행과 빅테크의 신경전도 같은 맥락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1일 “금융권에서의 경쟁은 결국 정보싸움으로 오픈뱅킹은 고객 정보를 넘겨주는 시스템”이라며 “통상 거래에서는 ‘주고받기’가 있어야 하는데 오픈뱅킹 거래에서는 은행은 주기만하고 받는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빅테크가 오픈뱅킹을 통해 은행이 구축해온 고객과 정보를 헐값에 넘겨받고 있는데, 은행은 되레 비용을 들여 이것을 도와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핀테크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소비자 편의를 위해 혁신 기술을 받아들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편익이라는 오픈뱅킹의 취지에 맞춰 적법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일부 기성 금융권의 주장처럼 (우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부당하거나 ‘무임승차’라면 소비자들이 점차 시장에서 외면하지 않겠나”고 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오픈뱅킹을 이용하면 기존에 400~500원에 달하던 입·출금 비용을 1/10 수준인 20~50원으로 낮출 수 있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조율에 나섰다. 금융결제원은 지난 5일 ‘디지털금융 환경 변화 관련 연구용역’을 입찰에 부쳤다. 다른 국가의 경우, 오픈뱅킹 등 디지털금융 수수료를 얼마나, 어떻게 부과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제반 비용을 산정해 표준비용을 도출해내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중 대표기관을 선정해 관련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방침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