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화상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이 기후 대응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대만, 공급망 문제 등에서 갈등을 빚던 두 나라가 일단 협력의 물꼬를 텄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미·중은 10일(현지시간)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열리고 있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2020년대 기후 대응 강화에 관한 글래스고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양국은 기후 대응을 위한 실무그룹을 구성해 정기적으로 협의를 갖고, 내년 상반기 공동 회의를 열어 메탄가스 배출 측정 및 감축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미국은 2035년까지 전력 분야에서 ‘탄소 오염 제로(0)’를 100% 달성한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중국은 2026년부터 5년간 적용되는 15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15·5 계획) 기간 석탄 소비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이를 가속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셰전화 중국 기후특사는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공통의 도전”이라며 “미·중 사이에 차이보다는 합의가 더 많다”고 말했다. 존 케리 미 기후특사도 “양국 정상이 기후 문제에 관해선 협력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공동선언이 나오기까지 양국은 지난 10개월 동안 30차례 화상 회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케리 특사가 지난 4월 중국을 방문한 직후 양측은 기후변화 대응에 협력한다는 공동성명을 냈었다. 당시 성명은 미·중이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에서 공개 설전을 벌인 뒤로 처음 한목소리를 냈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이번 공동성명 역시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었지만 다음 주 열리는 미·중 화상 정상회담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한 것으로 평가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깜짝 합의는 초강대국간 교착 상태를 뚫어낸 것”이라며 글래스고의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중 간에는 대만, 홍콩, 신장 등 민감한 현안이 많아 실질적 성과를 거둘지는 불분명하다. 미 의원단이 지난 9일 대만을 방문해 중국군의 위협 등 안보 문제를 논의하자 중국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전투기를 띄우는 무력 시위로 맞대응해 긴장이 고조됐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대응 차원의 활동을 공개하면서 ‘훈련’이라는 표현을 삭제했다. 이를 두고 중국에선 “훈련과 예행 연습의 단계가 아닌 실전 의미가 더 강해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