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마다 미라클… 두산, 사상 첫 7년 연속 KS 진출

입력 2021-11-11 04:02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두산의 페르난데스가 2회말 1사 1, 3루에서 2타점 2루타를 친 뒤 환호하고 있다. 페르난데스는 이날 5타수 4안타 3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플레이오프 MVP에 선정됐다. 연합뉴스

두산 베어스가 ‘미라클 두산’이라는 별명답게 가을야구에서 또다시 기적을 썼다. 외국인 투수가 모두 빠져 열세라는 관측 속에서 두산은 ‘가을야구 DNA’를 발휘하며 7회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 최초의 팀으로도 기록됐다.

두산은 1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11대 3으로 승리했다. 전날 6대 4로 승리했던 두산은 사상 첫 3전 2선승제 PO에서 2연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두산 타선은 초반부터 불을 뿜었다. 1회 호세 페르난데스, 박건우, 김재환의 연속 안타로 선취점을 따낸 데 이어 양석환의 희생플라이로 2-0으로 만들었다. 2회에는 1사 2루의 기회에서 김재호의 1타점 적시 3루타를 쳐냈고, 페르난데스가 이어진 1사 1·3루 기회에서 2타점 2루타를 때리면서 점수 차를 5점으로 벌렸다.

삼성은 불펜진을 조기 가동하는 강수를 뒀지만, 이미 불붙은 두산 타선을 막지 못했다. 두산은 3회 박세혁의 1타점 2루타와 호세의 1타점 적시타로 7-1을 만들었고, 다음 회에도 다시 2점을 추가했다. 또 6회와 7회 각각 1점을 따내며 쐐기를 박았다.

전날 1차전에서 두 번의 1사 만루 기회를 무산시킨 삼성의 타선은 이날도 득점권 상황을 살리지 못했다. 3회 무사 1·2루 기회에서 중심타선이 뜬공, 내야 땅볼, 파울 아웃으로 물러나면서 1점을 만회하는 데 그쳤다. 타선은 4회 2사 1·3루, 6회 2사 1·2루의 기회에서 침묵했고, 8회 1사 만루 상황에서도 1점밖에 얻지 못했다. 선발진과 불펜진이 무너진 것도 아쉬웠다. 올 시즌 14승을 기록한 선발투수 백정현은 1⅓이닝 동안 5개 안타를 내주며 4실점(4자책점)으로 무너졌고, 긴급 투입한 최지광도 불을 끄지 못했다. 결국 3차전 선발 등판이 유력했던 원태인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원태인마저 두산 타선을 잠재우지 못했다.

두산의 페르난데스는 이날 5타수 4안타 3타점으로 팀을 한국시리즈로 견인했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맹활약한 호세는 PO 최우수 선수(MVP)에 선정됐다. 역대 PO에서 외국인 타자가 MVP로 뽑힌 건 2004년 삼성의 멘디 로페즈 이후 17년 만이다.

두산은 이날 승리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대업을 이뤄냈다. 이는 KBO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두산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첫 팀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두산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는 어깨 부상으로, 워커 로켓은 팔꿈치 수술로 팀을 이탈했다. 선발진이 부족한 가운데 최원준과 곽빈, 김민규가 3~4일 간격으로 출전하며 선발 마운드를 지켰다. 불펜도 연일 경기에 나서며 피로는 누적됐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투수진은 선전을 거듭했고, 타선은 뛰어난 집중력을 보여줬다. 특히 타선은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3할 대의 타율을 기록했다.

두산은 정규시즌을 1위로 마무리한 KT 위즈와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한다. KT는 삼성과 공동 1위로 시즌을 마쳤으나 1위 결정전에서 승리하면서 창단 이후 첫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냈다. 두 팀의 상대 전적은 KT가 9승 7패로 두산에 약간 앞선다. 두 팀의 대결은 14일부터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

잠실=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