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증 환자·이동량 급증… 일상회복 2단계로 갈 수 있을까

입력 2021-11-11 04:03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보건소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추위 속에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에 들어간 지 열흘이 지났지만 방역 상황은 당국의 기대와 반대로 흐르고 있다. 무엇보다 불과 2주 사이 100명 가까이 급증한 위중증 환자 수가 고민거리다. 사회적 이동량도 3주 내리 증가세다. 이 상태대로라면 다음 달로 예정된 일상회복 2단계로의 전환도 순탄치 않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2주 전만 해도 하루 평균 330명 선이었던 위중증 환자는 지난주 360명 수준으로 늘었다. 이어 지난 6일 이후로는 줄곧 400명대를 나타내고 있다.

방역 당국은 근본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다. 첫 번째는 시간 경과에 따른 백신 효과 감소다. 이는 상대적으로 백신을 일찍 맞은 고령층 및 고위험군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4차 유행의 장기화다. 유행 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바이러스 보유자와 접촉할 확률이 높아진다. 접촉을 자주, 오래 하면 바이러스 노출량은 그만큼 늘어난다. 노출량이 늘면 감염·중증화 확률도 높아진다. 이 역시 요양병원처럼 고위험군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시설에서 유독 확진자가 이어지는 이유를 설명한다.

백신 효과 감소에 대한 해결책이 추가 접종(부스터샷)인 것과 달리 길어지는 유행을 끊을 방도는 마땅치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완화와 핼러윈 여파, 계절 요인,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까지 유행 억제에 도움을 줄 만한 요소가 백신 외엔 사실상 없다.

이동량은 이미 지난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이전을 뛰어넘어 2019년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전국의 휴대전화 이동량은 2억5141만건으로 집계돼 전주 대비 1% 늘었다. 지난해 11월 9~15일 이동량은 이보다 적은 2억4751만건이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모임·이동 증가에도 한계가 있을 텐데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하소연했다.

청소년층의 저조한 백신 접종률이 복병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영국 등 해외의 선례처럼 백신 미접종자 가운데 확진자가 다수 발생해 다시 가족이나 주변의 고위험군에 바이러스를 전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청소년 확진자가 신규확진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상황인데도 12~15세 소아청소년의 백신 사전예약률은 이날 기준 31.2%에 그쳤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유행 정도의 격차 또한 변수다. 이날 기준 재원 중인 위중증 환자 460명 가운데 수도권에서 신고된 확진자가 366명(79.6%)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특정 지역을 콕 집어 방역을 강화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유행 격차가 커서 일괄적으로 비상계획을 발동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은 병상 배정도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며 “이대로 준비 없이 (일상회복) 2단계로 전환할 경우 보건의료 전반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