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요소수 사태… 정부 2~3달 물량 확보

입력 2021-11-11 04:05
10일 경기도 안산시 한 요소수 공장에서 요소수가 생산되고 있다. 하루 최대 150t을 생산했던 이 업체는 요소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현재 하루 평균 5~10t의 요소수를 만들고 있다. 연합뉴스

요소수 대란이 일단 한고비를 넘겼다. 정부가 국내외 물량을 종합해 두 달 반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요소수를 확보하면서다.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이후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방안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정부는 10일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 주재로 ‘요소수 수급 관련 범부처 합동대응회의’를 열고 국내에서 두 달 반 동안 쓸 수 있는 차량용 요소수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호주 수입 물량과 중국 베트남에서 수입 예정인 물량, 현장점검을 통해 파악한 국내 보유 물량, 군부대 예비분 등을 모두 합친 규모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파악하지 못한 국내 보유량을 고려하면 앞으로 3개월까지도 물량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소수 수급에 여유가 생긴 것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과 가계약한 요소 1만8700t의 수입 절차가 재개되면서다. 이 중 차량용은 1만300t인데, 이 물량으로 만들 수 있는 요소수는 3만900t 정도로 국내 사용 물량을 따져보면 두 달 좀 넘는 분량이다.

이와 별개로 산업용 요소 2700t도 선적을 마치고 중국 칭다오항을 출항했다. 산업용 요소수는 화력발전소와 제철소, 화학 공장 등에서 쓰이는데 현재 화력발전소의 요소 재고량도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난방용 전력 수요 급증을 앞두고 발전소가 멈추면 전력 대란이 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중국에 요소 2만t 정도가 선적 대기 중인데 협의가 잘돼서 조만간 해결될 것 같다”며 “1년에 차량용 요소가 8만t 정도 필요한데, 2만t 정도면 상당부분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외에도 베트남에서 요소 5000t을 추가 확보했다. 다음 달 초 국내에 들어올 물량으로 차량용으로 사용 가능한지 확인한 뒤 적합하지 않으면 산업용으로 제조할 계획이다. 앞서 호주에서 수입하기로 한 요소수 2만7000ℓ는 군 수송기를 통해 11일 중 국내로 반입된다. 이 물량은 민간 구급차 등 긴급한 수요처에서 사용된다. 국내 현장점검을 통해 확보한 요소수 530만ℓ는 12일부터 시장에 공급된다.

군부대 예비분인 요소수 20만ℓ는 전국 5개 주요 항만 인근 32개 주유소에 공급해 수출입 컨테이너 화물차 등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되도록 많은 차량에 물량이 배분될 수 있도록 차량당 공급 한도를 30ℓ로 정하고, 기존 시장 가격 수준인 ℓ당 1200원 선에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컨테이너 화물차 1만대 중 약 7000대가 요소수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요소와 요소수가 긴급수급조절물자로 지정되면서 정부가 물량을 직접 구매할 수도 있게 됐다. 정부가 해외 공급원을 발굴하면 조달청이 계약을 체결해 국내에 반입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수입되는 물량은 입항 전 수입신고를 통해 곧바로 반입될 수 있도록 통관에 속도를 내고, 요소수 검사 신청도 현지 확인 절차를 사진으로 대체해 신속히 진행키로 했다.

정부는 요소수 대란 이후 매일 회의를 열고 부랴부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정부 대응이 무책임하고 무능했다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적에 "정부가 미리 대처하지 못해 불편을 초래한 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조금 더 일찍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준비해 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유 실장은 "관련 정보를 더 빨리 의미 있게 받아들여 예측하고 준비했어야 한다는 점은 뼈아프게 (생각한다). 내부적으로도 한번 짚어보기로 했다"면서도 "늦었지만 정부가 지난주부터 굉장히 빨리 움직여 단기간에 대응을 잘했다"고 자평했다. 그는 그러면서 "일본의 수출규제가 소재·부품·장비산업에 전화위복이 됐듯 이번에도 학습효과가 있었다"며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상황을 낙관하기는 어렵지만 정부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근본적으로 요소수 물량을 확보할 방안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중국의 수출제한이 여전하고, 대체 수입국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장 국내 생산도 불가능하다. 홍 부총리는 "호주나 베트남, 다른 10여개국과도 (요소수 수입 논의가) 진행돼서 조만간 단기적인 어려움은 해소될 것 같다"며 "완전 해소는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해소하면서 중기적으로 어려움이 없도록 최대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