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참, 좀 쓰시지… 식당, 택시, 극장 등서 ‘노마스크’

입력 2021-11-11 00:04
사진=연합뉴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 열흘이 지나면서 완화된 방역 지침 틈새로 느슨해진 방역 의식이 노출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위드 코로나에 맞춰 시행되는 ‘백신 패스’가 마치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신호처럼 여겨지기도 해 방역 의식 회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인 양모(32)씨는 지난 9일 직장 동료들과 퇴근한 뒤 인천 연수구 송도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무심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화장실로 이동했다. 양씨가 뒤늦게 ‘노마스크’라는 걸 알고 되돌아가려 했지만 뒤이어 화장실로 들어온 3명의 다른 손님들도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식당 내에서 음식을 먹을 때를 제외하곤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방역수칙이 유명무실했다. 양씨는 10일 “위드 코로나 이후 다들 ‘잠깐은 마스크를 벗어도 되겠지’ 하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상시 착용해야 하는 다중이용시설에서도 ‘노마스크’는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영화관을 방문했던 직장인 홍모(30)씨는 ‘백신패스관’이 아닌데도 영화 상영 내내 마스크를 쓰지 않고 팝콘을 먹는 다른 관객이 신경 쓰여 영화 관람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홍씨는 “노마스크로 음식을 먹거나 ‘턱스크’(마스크를 턱에 걸치는 것)인 채로 영화를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어두운 상영관 내 별도 안내나 제재는 없었다”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위드 코로나 이후 노마스크로 가게를 찾는 손님들이 크게 늘어 마스크 착용을 부탁하기 바쁘다는 자영업자들의 하소연도 이어지고 있다.

택시 안에서 승객들이 노마스크로 있는 일도 빈번하다고 한다. 서울 시내 한 택시 기사는 “위드 코로나 시행 이후 택시에 탑승하자마자 당연한 듯이 마스크를 벗는 승객들이 하루 서너명은 된다”며 “내가 불안해 손님에게 넌지시 일회용 마스크를 주곤 한다”고 말했다.

백신패스가 적용되는 다중이용시설은 오히려 ‘노마스크 존’이라는 인식도 퍼지는 분위기다. 9일 오후 찾아간 서울 양천구의 한 대중목욕탕엔 이용객 12명 중 7명이 노마스크 상태로 휴게실에서 TV를 시청하거나 취침을 하고 있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위드 코로나 시행이 코로나 사태의 종료인 것처럼 받아들여져 방역 의식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면서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 수칙을 반드시 준수하도록 방역 당국의 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