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오수 검찰총장의 미온적 언론 인식과 부적절한 대응

입력 2021-11-11 04:05
서초동 대검 청사에서 9일 김오수 검찰총장과 대검 출입기자단 사이에 충돌이 발생했다. 대검 감찰3과가 지난달 29일 전현직 대검 대변인이 사용하던 공용 휴대전화를 포렌식한 데 대해 기자단이 설명을 요구했으나 김 총장이 미온적으로 대응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매우 유감스럽다.

대변인 휴대전화 포렌식이 언론의 취재 활동을 위축시키고 언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기자단이 제기한 것은 당연하다. 검찰은 감찰 목적이라지만 검찰과 언론의 공식 소통 창구인 대변인의 전화를 조사하는 것은 사찰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문제의 휴대전화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현 대변인이 전임 대변인들에게 포렌식 참관 의사를 물어봐 줄 것을 감찰부에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기자단은 하루 전 김 총장과 한동수 감찰부장에게 대면 설명을 요구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이 없자 김 총장을 직접 찾아갔다. 이유 있는 요구이자 신사적 사전절차를 거친 셈이다. 그러나 김 총장은 “감찰부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문제라 총장이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다”고 피해갔다. 기자단이 감찰부장의 직접 설명을 재차 요구하자 “지시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답했다. 취재의 자유 문제가 동반된 사안에 검찰 총수가 나 몰라라 하는 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실랑이 과정에서 김 총장은 “강제력에 의해 겁박을 받는다”고 발언했고 일부 간부는 “공무집행 방해로 입건될 수 있다”는 위협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총장은 지난 6월 취임사에서 인권 보호 의지를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을 취재하는 기자단의 기본적 권리에조차 미온적인데 일반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존중할지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영장 없이 감찰만으로도 취재 내용을 일거에 파악할 수 있는 선례가 될 수도 있는 이번 사안에 김 총장은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