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대선 레이스 초반부터 수십조원 규모의 전국민재난지원금 추가 지급과 소상공인 피해 보상 확대를 약속했다. 코로나 피해 극복 방식을 두고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으로 선명하게 갈라졌지만, 두 후보 모두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유리한 사실만 부각하거나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내년 한 해 국방예산(55조2000억원)을 훌쩍 넘는 천문학적 재정에 대해 유력 대선주자들이 1차원적으로만 접근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후보는 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국민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주장하면서 “우리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재난지원금 규모가 1.3%인데 다른 나라는 10%대가 넘는다”고 말했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미국은 전 국민에게 3차례에 걸쳐 1인당 약 GDP 대비 5%인 약 300만원을, 일본은 GDP의 2.3%인 약 100만원을 지급했다”고 부연했다.
두 사람이 언급한 GDP는 엄밀히 말해 전체 GDP를 인구수로 나눈 1인당 GDP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3만1682달러(약 3733만원)인데, 여기에 1인당 재난지원금 평균 지급액 50만원을 대입하면 약 1.3%가 나온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재난지원금 지급에 들어간 예산의 GDP 대비 비율을 따지는 일반적인 접근법과 차이가 크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낸 ‘주요국의 재난지원금 지급사례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비롯해 코로나19 극복 차원에서 추가 지출한 재정지출은 전체 GDP의 4.5%다. 미국(25.4%) 일본(16.5%) 독일(13.6%) 등 선진국보다 적은 건 분명하지만, 이 후보가 언급한 ‘1.3% 대비 10%대’와는 거리가 있다.
이 후보는 또 코로나19 관련 재정 지출이 가장 많은 미국에서 재난지원금을 소득에 따라 선별 지원했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지난해 3월과 12월, 올해 3월 세 차례 가계에 현금지원을 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 고소득자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지급액을 감액했다.
소상공인 피해 지원 규모를 50조원으로 늘리겠다는 윤 후보의 주장에 대해서는 산출된 예산 규모의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 후보는 이날 “저희가 지수화, 등급화를 해서 계산해보니 (소상공인에 대한 직접 지원 예산은) 40조원이 조금 더 들어간다”면서도 구체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경영위기업종, 집합금지업종 등 업종에 따라 1000만원부터 5000만원까지 기준을 정해 산출한 것”이라며 “세부 사안은 추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소상공인 지원에 있어 업종뿐 아니라 개별 업체별 피해금액 산정 등 난점이 적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 후보가 제시한 소상공인 피해 지원 예산 규모가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편성한 소상공인 손실보상 예산(1조8000억원)보다 무려 28배나 많다는 점에서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소상공인 지원을 늘리는 만큼 기존 복지 예산 축소가 불가피하다. 재정당국 관계자는 “윤 후보 공약은 선거에서 소상공인 표를 얻는 데 유리할지 몰라도 취약계층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른 소상공인 손실보상 대상은 약 72만개 사업체로 추산된다. 반면 정부로부터 생계급여를 지원받는 저소득가구는 올해 7월 기준 159만 가구로 이보다 두 배나 많다.
세종=이종선 기자, 강보현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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