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감염 등으로 고령층 확진자가 늘면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연일 증가세다. 접종 후 면역 형성 기간을 고려하면 향후 1~2주는 백신 부스터샷(추가 접종) 효과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접종 대상자가 급감하면서 사용기한을 넘겨 버려지는 백신도 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9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가 425명이라고 밝혔다. 국내 발병 이후 가장 많았던 지난 8월 25일(434명)과 비교할 때 불과 9명 적다. 지난달 31일~이달 6일 평균 위중증 환자 수는 365명으로 전주 대비 32명 늘었다. 병상도 차올라 전날 오후 5시 기준 감염병전담병원 가동률은 59.1%가 됐다. 정부는 앞으로 어떤 지표를 핵심적으로 참고해 다음 단계로의 전환이나 비상계획 발동 여부를 결정할지 오는 16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같은 흐름은 고령층 확진자가 증가한 탓으로 분석된다. 상대적으로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비교적 낮은 돌파감염 사례가 신규 확진의 48%에 이를 정도로 많아졌지만 동시에 감염 취약시설에서 확진자가 속출하며 ‘백신 효과’를 상쇄했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 8월 13건이던 요양병원·시설의 집단감염은 10월 63건으로 크게 늘었다. 관련 확진자 수도 344명에서 두 달 만에 1733명으로 5배 이상 폭증했다.
요양병원·시설에 대한 부스터샷이 10일 시작되지만 곧바로 중증화율과 치명률 감소를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기본접종 때와 마찬가지로 백신을 맞고 2주 동안은 면역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아 취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종사자들의 주기적인 진단검사를 통해 외부로부터의 감염원 유입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감염 취약시설 입소·종사자가 아닌 일반인 고령자에 대해 부스터샷을 최대 4주까지 앞당겨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류근혁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난해 3차 유행 당시 요양시설과 병원에서 많은 분이 돌아가신 것을 잊지 않고 있다”며 “추가 접종을 받아 위중증·사망을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부스터샷이 더 빨리, 많이 이뤄지면 백신 폐기 물량을 줄이는 부수적인 효과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접종 시작 이후 이날까지 폐기된 코로나19 백신은 약 106만회분이다. 전체 접종량의 1.3%에 해당하는 물량이 버려진 셈이다.
제품별로는 모더나 백신의 폐기량이 101만6170회분으로 압도적이었다. 방역 당국은 소아·청소년 접종이 화이자 제품으로만 이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모더나 폐기량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접종기관에 따른 차이도 있다고 덧붙였다. 예방접종센터에는 냉동 상태, 민간 위탁의료기관에는 냉장 상태로 백신이 배송되는데 모더나는 위탁의료기관에서만 쓰여 상대적으로 유효기간이 빨리 도래했다는 것이다. 고재영 질병청 대변인은 “신속한 접종률 제고와 국민의 접종 편의를 위해 일정 부분의 백신 폐기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위탁의료기관 요일제 운영 등을 통해 폐기량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