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던 천안함이 11년 만에 부활했다. 대잠수함 작전 능력이 보강된 최신예 전투함에 천안함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2010년 피격 당시 사망한 승조원의 유가족들은 “자식이 돌아온 것 같다”며 눈물 속에 천안함 진수를 축하했다.
해군과 방위사업청은 9일 오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신형 호위함(FFX Batch-II) 7번함인 천안함 진수식을 열었다. 이 배는 해군에서 운용 중인 1500t급 호위함(FF)과 1000t급 초계함(PCC)을 대체하기 위해 건조됐다.
정부는 주요 도시 이름을 함명으로 사용하는 원칙과 천안함 유족회·천안함재단 등의 요청에 따라 새 호위함에 천안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6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사에서 천안함 명명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진수식에는 서욱 국방부 장관,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등 군 주요 관계자와 천안함재단, 천안함 유족회를 비롯한 사망 장병 유가족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2010년 피격 당시 생존한 최원일 전 함장(예비역 대령)과 장병들은 ‘잠수함 충돌설’ 등의 주장이 담긴 유튜브 콘텐츠에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반발하며 불참했다. 최 전 함장은 진수식에 참석하는 대신 평택 2함대 안보공원에 전시된 침몰 천안함을 찾아 묵념했다.
고 이상희 하사 부친인 이성우 천안함 유족회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진수식 참석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지만 일부 인사들의 음모론에 휩싸여 오래 준비한 행사에 불참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11년 만에 부활하는 천안함이 죽은 자식이 돌아오는 것 같은 감정이 들어 참석을 결정하게 됐다. 진수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진수식에선 해군 전통에 따라 주빈인 서욱 장관의 부인 손소진씨가 함정에 연결된 진수줄을 절단했다. 태어난 아기의 탯줄을 끊듯 새로 건조한 함정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의미다.
서 장관은 축사에서 “천안함을 부활시켜 영웅들의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겠다는 국가의 약속이 지켜졌다”며 “오늘 진수한 천안함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은 물론 세계 평화에도 기여해 대한민국의 이름을 더욱 빛내줄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구급 호위함(2800t급)인 새 천안함은 길이 122m, 폭 14m, 높이 35m에 이른다. 5인치 함포와 함대함유도탄, 전술함대지유도탄, 근접방어무기체계 등을 갖춘 최신예 전투함이다.
특히 옛 천안함(PCC-772)에 비해 적 잠수함 대응 능력이 강화됐다. 예인선배열음탐기(TASS)를 탑재해 원거리에서도 잠수함을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고, 장거리 대잠어뢰인 홍상어가 탑재된다.
천안함은 시운전 평가 기간을 거쳐 2023년 해군에 인도된다. 이후 전력화 과정을 마친 뒤 해군 2함대의 주력 함정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수호 임무에 투입될 예정이다.
해군 초계함이었던 옛 천안함은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령도 남방 해상에서 경계 작전 임무를 수행하던 중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을 받아 선체가 반파되며 침몰했다. 당시 피격으로 배에 타고 있던 승조원 104명 가운데 46명이 숨지고, 수색구조 과정에서 한주호 해군 준위도 순직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