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광주를 찾아 사과한다. ‘전두환 옹호 발언’ 파문 이후 3주 만이다.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첫 지역 일정으로 광주를 택했다. 윤 후보의 사과가 싸늘해진 호남 민심을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호남 민심은 출향민 대다수가 있는 수도권 표심과도 직결된다. 보수층에 쏠려 있는 윤 후보의 중도 확장 여부가 이번 광주 방문과 사과에 달려 있는 셈이다. 윤 후보 측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무릎 사과’에 버금가는 진정성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윤 후보는 10일 오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다. 11일에는 전남 목포의 김대중노벨평화상 기념관을 들른 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이동해 참배할 예정이다.
윤 후보가 어떤 방식의 사과를 보여줄지가 이번 광주 방문의 핵심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보수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국립5·18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이는 당시 당의 외연 확장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후보의 말과 행동에서 김 전 위원장의 무릎 사과만큼의 진정성을 보여줄 것”이라며 “썩은 사과든 계란이든 던지면 당연히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는 큰 논란을 불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과 쿠데타 빼고는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이 많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재차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호남 출신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시와 비유가 적절치 못한 점에 대해 분명히 사과하고 진의가 왜곡된 부분에 대해서는 해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전 전 대통령 비석을 밟을지도 관심사다.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마련된 이 비석은 국립5·18묘지와 10여분 거리인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모두 이 비석을 밟고 지나갔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전두환 비석 밟기가 관전 포인트”라면서 “비석을 밟는 행위는 윤 후보에게 득보다 실이 많아 밟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후보의 1박2일 호남 일정과 봉하마을 방문은 보수뿐 아니라 진보, 중도까지 포섭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광주시민에게 사과하면서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정신까지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일정이기 때문이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이번 일정은 광주시민에 대한 사과의 메시지가 강하다”면서 “거기에 더해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민주화, 실용, 화해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9일에는 국립4·19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해 “경력단절 해소 등 여성의 사회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여성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가현 강보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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