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맞겠다” 광주 찾는 윤석열… 표심 변곡점될까

입력 2021-11-10 00:05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서울 강북구 국립4·19민주묘지에 있는 학생혁명기념탑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0일 광주를 찾아 사과한다. ‘전두환 옹호 발언’ 파문 이후 3주 만이다. 대선 후보로 선출된 뒤 첫 지역 일정으로 광주를 택했다. 윤 후보의 사과가 싸늘해진 호남 민심을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호남 민심은 출향민 대다수가 있는 수도권 표심과도 직결된다. 보수층에 쏠려 있는 윤 후보의 중도 확장 여부가 이번 광주 방문과 사과에 달려 있는 셈이다. 윤 후보 측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무릎 사과’에 버금가는 진정성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윤 후보는 10일 오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한다. 11일에는 전남 목포의 김대중노벨평화상 기념관을 들른 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이동해 참배할 예정이다.

윤 후보가 어떤 방식의 사과를 보여줄지가 이번 광주 방문의 핵심이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 8월 보수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국립5·18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이는 당시 당의 외연 확장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후보의 말과 행동에서 김 전 위원장의 무릎 사과만큼의 진정성을 보여줄 것”이라며 “썩은 사과든 계란이든 던지면 당연히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는 큰 논란을 불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과 쿠데타 빼고는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이 많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재차 해명할 것으로 보인다. 호남 출신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예시와 비유가 적절치 못한 점에 대해 분명히 사과하고 진의가 왜곡된 부분에 대해서는 해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가 전 전 대통령 비석을 밟을지도 관심사다. 참배객들이 밟고 지나가도록 마련된 이 비석은 국립5·18묘지와 10여분 거리인 민족민주열사묘역에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모두 이 비석을 밟고 지나갔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전두환 비석 밟기가 관전 포인트”라면서 “비석을 밟는 행위는 윤 후보에게 득보다 실이 많아 밟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후보의 1박2일 호남 일정과 봉하마을 방문은 보수뿐 아니라 진보, 중도까지 포섭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광주시민에게 사과하면서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정신까지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일정이기 때문이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이번 일정은 광주시민에 대한 사과의 메시지가 강하다”면서 “거기에 더해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민주화, 실용, 화해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9일에는 국립4·19민주묘지를 참배했다. 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해 “경력단절 해소 등 여성의 사회 진출을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여성 표심 잡기에 나섰다.

이가현 강보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