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업체 무신사는 비상장기업 거래플랫폼인 ‘서울거래 비상장’에서 9일 현재 한 주당 185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은 무신사의 가치에 알맞은 가격일까. 예전에는 장외주식에 참고할 만한 자료를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증권사들이 앞다투어 보고서를 내고 있다. KB증권은 지난달 비상장기업 전담팀인 신성장기업솔루션팀을 신설하고 최근 무신사에 대한 리포트를 출간했다.
IPO가 흥행하고 장외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금융사들이 비상장기업 관련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비상장기업 리포트를 발간하고 거래플랫폼을 출시하며 고객 유치에 나서는 것이다. 폐쇄적으로 운영되던 장외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투자에 도움을 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위험성이 큰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B증권을 비롯한 주요 금융사들은 비상장기업 분석 보고서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이베스트증권은 올해에만 비상장기업 15곳의 리포트를 출간했다. DB금융투자는 2019년부터 주 1회 가량 비상장기업 분석 리포트를 연재 중이다.
직접 장외시장 주식 거래플랫폼을 만들고 운영하는 증권사도 있다. ‘서울거래 비상장’은 지난해 12월 신한금융투자가 스타트업 피에스엑스(PSX)와 협업해 만들었다. 삼성증권과 두나무가 2019년 출시한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지난 9월 기준 회원수가 70만명을 넘어섰다.
비상장기업 서비스가 활발해진 것은 유망 기업에 미리 투자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의 비상장주식 거래플랫폼인 ‘K-OTC’의 시가총액은 올해 1월 18조2477억원에서 지난달 30조582억원으로 급증했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케이뱅크와 두나무(업비트) 같은 기업의 주식을 거래플랫폼에서 어렵지 않게 사고팔 수 있다는 점도 인기를 끈 요인이다.
그러나 비상장기업에 대한 과도한 투자 열풍은 주의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 풀려있는 막대한 유동성이 회수되면 장외시장에 몰린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과 주식, 암호화폐를 거쳐 장외시장에 가장 늦게 돈이 흘러들었는데, 유동성이 줄어들면 가장 먼저 돈이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9월 보고서에서 “장외주식은 정보 비대칭성이 높은 ‘고위험-고수익’ 투자 대상이기 때문에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며 “정보 접근성이 높은 비상장주식은 제도권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