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 미도·여의도 시범… ‘오세훈표 재건축’ 몰리는 공룡 아파트

입력 2021-11-10 04:03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신속통합(신통)기획 절차에 서울시내 공룡 재건축 단지가 몰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입지 요건 등이 불리해 정부 협조가 필요한 재개발과 달리 강남·여의도 ‘금싸라기’ 재건축이 공공기획 사업에 지원한 건 의외라는 평가다. 특히 강남 등 주요 지역에서 대단지 신청이 거의 없었던 국토교통부 중심의 공공재건축 사업과 비교하면 두드러진 성과다.

9일 서울시와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와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대단지 아파트 가운데 최초로 신통기획 대상지로 낙점됐다. 신통기획의 전신인 공공기획 때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등 중소형 규모 아파트단지 신청은 있었지만 서울 금싸라기 땅이나 대단지 중에선 최초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는 12일 추가 접수된 아파트를 대상으로 어떤 식으로 추진할지 실무회의를 연다”며 “미도아파트와 시범아파트는 이미 신통기획에 선정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대치동 미도아파트는 1983년 준공돼 지어진 지 39년이 됐다. 총면적 19만5080㎡에 2436가구가 거주하는 대단지로 대치동 3대장인 이른바 ‘우선미’(우성·선경·미도) 중 하나다. 2017년 이후 세 차례 정비구역 지정 신청서를 냈지만 모두 반려됐다.

24개동 1584가구 규모의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오 시장이 지난 4월 취임 직후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시범아파트를 꼭 한 번 직접 방문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건의했을 정도로 오래된 아파트다. 1971년 준공돼 50년이 됐다. 2017년 안전진단도 통과했지만 박원순 전 시장이 3년 전 여의도 개발계획을 보류하면서 사업이 중단된 상태였다.


신통기획은 재개발·재건축 시 정비계획 수립단계부터 서울시가 참여하는 대신 각종 심의기간을 줄여주는 사업이다. 현재 도시계획위원회 대신 특별분과위원회 신속심의 등을 활용해 통상 5년 넘게 걸리는 정비구역지정 절차를 2년 안팎으로 단축해준다. 사업시행단계에서도 각각 이뤄졌던 각종 심의가 통합돼 심의기간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기존 정비구역지정 절차를 따르려면 각 구와 담당 실무과 등을 돌아다니면서 해결해야 하는데 이를 서울시가 맡아서 한 번에 통과시켜주겠다는 것”이라면서 “대신 시는 그 과정에서 일정 부분 공공성을 담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신통기획에 신청한 아파트단지는 이런 공사기간 단축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각종 불이익을 상쇄할 정도로 큰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했다. 미도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예상되는 사업비만 조 단위다. 공기 단축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이런 이자를 줄일 수 있다”며 “이것만 감안해도 분담금 등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시범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이익환수제 등 우려가 있다고 정부 정책이 바뀌기만 기다릴 순 없다. 리스크 분산 방법은 추후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리스크 헤지’ 방법 중에는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정권교체든 재창출이든 서울의 공급난을 고려하면 재건축은 될 수밖에 없고, 규제 역시 상당부분 완화될 것으로 보고 공기 단축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다만 미도·시범아파트처럼 장밋빛 기대를 가졌다가 깨진 경우도 있다. 기존 신통기획 1호 대상으로 검토되던 송파구 오금동 현대아파트의 경우 사업이 좌초됐다. 서울시가 내민 정비계획에서 건폐율과 공공임대주택 비율 등이 예상과 달라지자 주민 내 이견이 생긴 탓이다. 현대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민간재건축 사업을 서울시가 보조해주는 개념이라지만 결국 주도권은 서울시가 가지고 있다”며 “미도·시범아파트 등도 나중에는 예상과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서울시는 미도아파트에는 ‘35층 이상’과 ‘용적률 상향’ 등을, 시범아파트에는 ‘준주거지역 종상향’ ‘50층 이상 층수 완화’ 등 인센티브를 제안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공공기여분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추후 논의될 예정이어서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

시범아파트 입주민은 “저희도 (서울시 안은) 알 수가 없어 막상 해봐야 판단할 수 있다”며 “주민들 설득이 안 되는 안이면 당연히 못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서울시는 법이 정한 수준 이상의 과도한 공공기여를 요구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김이현 기자 2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