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벼랑에 선 기업들 ‘인소싱’ ‘리쇼어링’으로 탈출구 찾는다

입력 2021-11-10 04:02

글로벌 공급망 쇼크는 기업을 생존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다툼, 공급망 재편에 맞춰 대응책 찾기에 골몰하는 중이다. 기업들은 그동안 비용 절감을 이유로 해외로 진출한 제조업 공급망과 서비스 기능을 자국으로 되돌리는 ‘리쇼어링’, 아예 자체 조달로 돌아서는 ‘인소싱’에 나서고 있다.

이미 리쇼어링은 하나의 흐름을 형성했다. 9일 ‘리쇼어링 이니셔티브’가 지난 9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의 리쇼어링 기업은 1334곳에 이른다. 기업들의 리쇼어링에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는 13만8110개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는 미국 기업의 자국 복귀를 지원하는 단체다.

각국 정부도 리쇼어링 부양책을 쓰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3월 발표한 경기부양 패키지 2조 달러(약 2500조원) 중 6000만 달러(약 720억원)를 리쇼어링 기업 인센티브로 할당했다. 일본은 자국 복귀기업에 긴급재정자금을 지원한다.


특히 미국이 글로벌 기업의 해외공장을 유치하는 식으로 자국중심주의에 무게를 실으면서 한국 기업의 해외 생산기지 건설 방향도 영향을 받고 있다.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그룹은 지난 5월 미국 상무부가 주관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394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인소싱도 안정적 공급망 확보를 위한 전략으로 채택되고 있다. 미국 델타항공은 최근 기내 청소 등을 담당할 인력을 도급업체를 통하는 대신 자체 고용하기로 했다. 공급망 관리를 강화한 일본 도요타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에도 올해 3분기 생산량이 코로나19 전과 비교해 10% 감소하는 데 그쳤다. 미국 건설업체 풀티그룹은 외부 업체에서 공급받던 주택용 창문·페인트·가전기기 등의 자재를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직접 미국 안에 공장 6~8개를 건설해 자체 생산·조달하는 걸로 전략을 수정했다.

해외에 생산기지를 두거나 아웃소싱으로 공급망을 분산해온 한국 기업들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글로벌 공급망 차질, 물류비 증가로 최근 생산비용이 오르고 있다. 생산기지를 여러 국가에 다양하게 두고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특정 국가에서 생산 차질이 생겨도 다른 국가의 생산을 늘리는 식으로 버틸 수 있는 편이다. 하지만 원자재 공급난 등이 장기화될 경우 리쇼어링 등의 가능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공급망 관리를 위해 한국 기업의 리쇼어링 및 인소싱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공급망 조정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환경을 개선해 리쇼어링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리쇼어링에 따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 기업을 경직적으로 지정한 관련 법을 개정하고 세제 감면 확대, 대기업 지원 강화 등을 포함한 리쇼어링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글로벌 공급망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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