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도 넘은 포퓰리즘 공약을 막을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처럼 쉽게 수십조원의 재정 투입을 약속하는 정치권의 사탕발림도 선거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거용 선심 정책’을 유권자들이 판단할 수 있도록 공약예산 추계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선진국에는 선거 공약이 경제·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점검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호주와 네덜란드가 대표적이다. 호주의 재무부와 금융부는 선거일로부터 10일 이내에 ‘선거 전 경제·재정전망 보고서’를 발간하며, 의회 예산처는 정책비용 산출과 예산에 대한 분석을 각 정당에 제공하고 선거 후에도 보고서를 작성한다. 네덜란드의 경제정책분석청(CPB)도 각 정당이 제시한 공약이 경제·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발표하고, 공약 이행에 따른 재정수지 등에 대한 전망도 함께 내놓는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러한 장치가 전무하다. 2012년 기획재정부가 공약 예산 추계를 시도했던 적이 있다. 기재부는 19대 총선을 1주일 앞두고 여야 복지 공약 실현을 위해 필요한 예산 추정치를 전격 공개했다. 당시 2차관이었던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도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를 어겼다는 유권 해석을 내리면서 기재부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공약 예산 추계 필요성은 선거 때마다 나온다. 실제 선관위는 관련 제도 도입을 위해 몇 차례 시동을 걸었지만 끝내 성사되진 못했다. 국회에 관련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된 적도 있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못되고 번번이 좌초됐다. 나태준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9일 “국회 예산정책처 등 정치적 독립성을 가질 수 있는 기관에서 공약 재정 추계를 맡을 수 있다”며 “구체적 비용 추계 없는 공약은 공약으로 인정하지 않도록 제도화한다면 선거 때마다 나오는 허황된 공약이 발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