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에 리무진에… 신흥 알부자들 회삿돈 ‘흥청망청’

입력 2021-11-10 00:04

재벌 계열사인 A사의 자산은 사주일가의 쌈짓돈이었다. 회사에서 근무한 적도 없는 사주일가가 직원마냥 고액 급여를 받았다. 회사 명의 고급 리조트도 사주일가 개인 별장처럼 사용됐다. 사주의 장남은 법인 명의로 등록된 고가의 리무진 승용차를 제 것인 양 타고 다녔다. 연간 10억원 이상 들어간 이 차량의 유지비용은 A사가 전액 부담했다. 미술을 유독 사랑한 사주는 회사 자금으로 미술품을 구매하기도 했다. 그런데 회사 자산이어야 할 미술품은 돌연 사주의 사유재산으로 둔갑했다. 사주는 이후 수십억원을 받고 팔아치운 뒤 이 돈을 마음대로 유용했다.


A사 사주일가는 ‘통행세’ 징수 의혹도 받는다. A사는 언론매체와 광고 거래를 할 때 직접 계약하지 않고 B사를 통하는 절차를 거쳤다. B사는 사주 동생이 실소유주다. 이렇게 중간 단계를 거치며 B사가 벌어들인 수익은 고액 배당·급여 지급 형태로 사주 동생에게 돌아갔다. 국세청은 A사 사주일가의 사익편취 등 각종 불법행위 혐의를 포착하고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통행세 관련 정보는 세무조사와 별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까지 받게 될 전망이다.

국세청이 코로나19 특수를 악용해 사주일가 배를 불린 30개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9일 밝혔다. 조사대상에는 대기업이 포함돼있고, 정보통신기술(ICT)·부동산·헬스케어·사치품 등 최근 호황인 업종들이 대거 포함됐다.

세무조사 대상에 오른 30개 기업 사주일가의 총재산만도 지난해 기준 9조3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5년 사이 30.1%나 증가했으며 특히 사주 자녀들의 재산이 같은 기간 동안 평균 39.0%나 늘었다.

국세청은 편법증여나 일감 몰아주기 등 비정상적인 방법이 동원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동일 국세청 조사국장은 “조사 대상 사주 자녀 중 5년 사이 5000억원이나 재산이 늘어난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탈세 유형은 크게 3가지다. A사 사주일가 사례처럼 기업 이익을 마음대로 전용한 사례가 12개 기업으로 가장 많다. 자녀 재산을 증식해주기 위해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책임 회사를 만들고 일감 몰아주기나 통행세를 활용하는 경우도 9개사나 됐다. 나머지 9개사는 매출 3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이다. 법인이 발행한 전환사채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수해 주가 급등 시점에 주식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활용해 사주일가의 배를 불렸다. 김 국장은 “반사회적 탈세에 대해 조사역량을 최대한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