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가 만약 BTN 불교TV에 나가서 “오직 예수만이 구원의 길”이라고 강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신도가 극동방송에 출연해 “이만희 교주가 신인합일 육체영생 한다”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방송사는 청취자로부터 외면당할 것입니다.
물론 상상 속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결정을 보면 실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극동방송과 CTS기독교TV가 지난해 7월 차별금지법 특별 좌담을 진행했는데, 반대자만 출연시켰다는 이유로 방심위에서 철퇴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방심위가 지난해 11월 ‘주의 제재조치 명령’을 내린 이유는 간단합니다. 두 방송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반했다는 겁니다.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KBS나 EBS 같은 공영방송은 공정성과 객관성이 생명입니다. 어떤 이슈가 있으면 찬성과 반대를 동수로 해서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극동방송 불교TV 가톨릭평화방송은 얘기가 다릅니다. 포교를 목적으로 설립된 민영방송이기에 교리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을 동수로 내세웠다간 설립 목적이 심하게 흔들립니다. 당연히 기계적 중립은 불가능합니다.
한국교회에 차별금지법 이슈는 성경의 진리를 지키느냐, 지키지 못하느냐는 절체절명의 문제입니다. 하나님은 창세기 1장 27절에서 자기 형상대로 남녀로 만드셨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런데 차별금지법은 남녀의 성 말고 ‘제3의 성’이 있다고 합니다. 창조주께선 인간이 성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고 하셨는데, 인간은 성을 제멋대로 바꿀 수 있다고 우깁니다. 그리고 법을 앞세워 불이익을 주고 재갈까지 물리려 합니다.
기독교계에선 “방심위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려는 문재인정권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방심위 제재는 훗날 기독교방송이 재허가 때 불이익·불허가의 결정적 근거가 되기에 힘을 앞세워 정치적 심의를 한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1980년대 연방통신위원회 심의에서는 공정성, 객관성 기준을 아예 없애버렸습니다. 공정성과 객관성의 개념조차 모호한 데다 심의위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방송 심의가 악용될 가능성이 컸기 때문입니다.
극동방송과 CTS는 방심위 명령에 불복했고 현재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침묵은 암묵적 동의를 뜻합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양심과 사상의 자유를 빼앗기지 않으려면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