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영성 보듬는 원목 70%가 생활고… 의료인들이 돕자”

입력 2021-11-12 19:46
한국기독의사회 백광흠 회장이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오는 20일 열리는 제11회 병원선교대회와 관련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했다.

원목은 병원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를 말한다. 병원 소속의 원목도 있지만 극히 드물고 대부분은 자비량, 자발적으로 사역한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 발생 후 감염 확산 우려 때문에 병원 출입이 쉽지 않았다. 사실상 사역 자체가 봉쇄됐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 전환에 맞춰 원목 사역도 기지개를 켠다.

포스트 코로나 원목사역 활성화를 위한 제11차 병원선교대회가 오는 20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소망교회(김경진 목사)에서 열린다. 한국기독의사회, 서울기독의사회가 주최하고 소망교회 국내선교부, 서울경인강원지구원목협회가 후원한다.

한국기독의사회 백광흠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코로나가 끝나면 사역은 재개될 것”이라며 “지금 우리가 걱정하고 기도해야 하는 일은 코로나가 끝나도 변하지 않는 원목 사역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원목의 실태를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대회를 연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한양대 의과대학 신경외과 교수다.

원목 사역의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재정 부족이다. 백 회장은 “2017년 병원선교대회때 발표한 자료를 보니까 원목의 70%가 기초생활수급자보다 못하다”며 “흔히 알고 있는 기독병원들조차 원목을 고용하지 않아 사역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 경기지역 원목협회가 원목 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원목의 절반 이상(54.5%)이 월 사례비 50만원도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족한 생활비는 48.9%가 배우자(자녀)에게 의존했다. 따라서 원목 사역을 그만두고 싶은 이유로 62.5%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꼽았다. 그런데도 91.5%는 병원 사역을 그만두고 싶지 않다고 답변했다.

백 회장은 “원목은 의료인들이 먼저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군목은 군인이, 경목은 경찰이 돕습니다. 우리 의사들도 모여서 열심히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지만 사실 원목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못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원목의 중요성을 잘 몰랐지만 대회를 준비하며 원목은 우리 의사들이 챙겨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2018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10회 병원선교대회 기념사진.

지난 병원선교대회는 성황리에 마쳤다. 대회에는 한 연합단체장의 선거와 맞물려 1000여명이 모였다. 당시에도 원목의 실태를 다루며 지원을 호소했다. 하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고 오히려 마음의 상처만 입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엔 대회를 크게 하기보다 비용을 아껴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데 집중키로 했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최소 인원만 모이고 화상회의 솔루션 줌을 활용하기로 했다.

백 회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원목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원목 사역을 돕는 구체적인 활동이 일어나길 소원한다”고 말했다. 특히 의사들이 먼저 앞장서고 한국교회 성도들이 함께하길 바란다고 했다.

소망교회 장로인 그는 앞서 교회 내 국내선교회를 통해 원목 후원을 시작했다. 원목 10여명을 선정해 1인당 20만원씩 2년간 돕기로 했다. 그 재원은 이미 채워졌다고 했다.

대회 주제는 로마서 8장 28절을 토대로 ‘서로 합력하여 선을 이룹시다’이다. 병원선교, 원목사역을 위해 합력하자는 것이다. 2부 첫 순서로 서울경기강원원목협회장인 김경수 목사가 ‘코로나시대 원목 생활 실태’를 보고한다. 이어 코로나시대 병원 선교사례를 발표한다. 연극배우로서 병원선교에 헌신하고 있는 이다해 집사는 ‘고독의 감정에서 출발한 병원 선교의 길’을 주제로 이야기한다. 한상환 한국기독의사회 부회장이 ‘병원전도를 위한 Saline Program’을 소개한다. 강경신 목사(인천기독병원), 안은자 목사(초록나무요양병원)는 경인원목협회 사례를 다룬다. 끝으로 병원선교 발전을 위한 대화가 이어진다.

1부 예배는 소망교회 김경진 목사가 설교한다. 한국 원목협회 김영림 이사장이 참석해 축사한다.

“이번 대회의 핵심은 원목을 돕는데, 누가 도울 것이냐입니다. 사실 많은 이들이 원목이 있는 것도 모릅니다. 원목사역을 교단에도 알리고 교회에도 알리고 성도에게도 알리고 싶습니다. 더 바랄 게 있다면 교단 내 군선교위원회가 있듯이 병원선교위원회도 만들어 환자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데 모두 연합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