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부터 국내에서도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복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백신과 마찬가지로 복용자 개인이 부담하는 금액은 없다. 도입이 추진되는 물량은 확진자 발생 추이 등에 따라 늘어날 수 있다.
고재영 질병관리청 대변인은 8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단계적 일상회복과 세계 공급 상황에 대비해 (경구용 치료제) 40만4000명분의 확보를 결정한 상태”라며 “내년 2월부터 단계적으로 국내에 도입한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중 복용 가능 전망은 몇 차례 나온 적이 있지만 구체적인 시기를 명시한 것은 처음이다.
출시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머크앤드컴퍼니(MSD)의 몰누피라비르는 닷새에 걸쳐 40알을 먹게 개발된 제품이다. 화이자의 팍스로비드 역시 닷새 동안 30알을 먹어야 한다. 해외 선례로 미뤄볼 때 가격은 1명분에 83만원 안팎일 전망이나 국내에선 본인 부담금 없이 쓰일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9월 MSD와 20만명분, 10월 화이자와 7만명분의 경구용 치료제 구매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나머지 13만4000명분의 구매를 두고선 스위스 로슈까지 포함해 3개 제약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경구용 치료제는 고위험군 경증 확진자가 중증으로 이행하는 것을 막아 일상회복의 핵심인 중환자 규모 관리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을 듣는다. 정맥주사 방식의 기존 치료제 대비 높은 접근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다만 한계도 명확하다. 전문가들은 이들 치료제에 이미 위중한 환자도 낫게 하는 ‘게임 체인저’ 역할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타미플루가 있어도 1년에 2000~3000명씩 독감으로 사망하지 않느냐”며 “항바이러스제의 한계”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아직 임상 3상 결과가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고 연령 등에 따른 효과도 불명확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충분한 물량의 치료제가 공급되더라도 백신을 통해 형성된 항체면역이나 마스크를 대체할 순 없을 전망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예방은 백신, 치료는 항바이러스제를 써 양수겸장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지금의 부스터샷(추가 접종) 속도에 따라 내년 봄의 유행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73만5771명이 예약한 얀센 부스터샷은 이날부터 본격 시작됐다. 국내 코로나19 감염재생산지수는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6일 사이 1.2로 나타나 3주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