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올해 마지막 고비를 넘을 준비에 들어갔다. 공·수 핵심전력인 황의조와 김영권이 빠졌지만 내년 카타르월드컵 본선에 가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다.
대표팀 선수단은 8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 모여 11일 아랍에미리트(UAE)전과 16일 이라크전 원정에 대비한 훈련을 시작했다. 카타르월드컵 최종예선 5·6차전으로 치를 경기다. 독일에서 뛰는 이재성과 정우영, 일본에서 도착하는 김승규는 이날 밤늦게 합류했다. 손흥민 김민재 황인범은 하루 늦은 9일 오후 입국한다.
이번 소집에는 붙박이 주전 중앙공격수 황의조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빠졌다. 중앙수비수 김영권 역시 지난 1일 소집명단에서 부상을 이유로 제외된 뒤 대표팀 코치진이 합류 가능 여부를 타진했으나 결국 무산됐다. 벤투 감독의 전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온 선수들인 만큼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관건이다.
황의조의 빈 자리에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새로 소집된 김건희를 비롯해 지난 9월부터 소집된 조규성 등 중앙공격수 자원이 우선 있다. 대표팀에서 측면 공격수로 뛰어온 손흥민이나 황희찬도 중앙 공격수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원이다. 김영권이 맡아온 김민재의 중앙수비 짝으로도 박지수나 정승현, 권경원 등의 대체자가 있다.
벤투 감독은 이날 훈련을 앞두고 진행한 현장 기자회견에서 두 선수의 공백 때문에 팀 전략을 크게 흔들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황의조와 김영권 모두 팀의 과정을 처음부터 함께 해왔고 대부분 경기에서 선발 출전해왔다. 매우 중요한 선수들”이라면서도 “두 선수로 인해 모든 걸 바꾸진 않는다. 대체할 다른 선수들을 믿고 있다. 충분한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이날 대표팀에 생애 처음 소집된 공격수 김건희는 기자회견에서 감개무량한 심정을 내보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인터뷰하는 걸 축구를 시작하고서 수백 수천 번 생각하고 꿈꿔왔다”면서 “기회가 된다면 빨리 경기를 뛰어보고 싶다. 연계나 수비면에서 대표팀이 구사하는 빌드업 축구에 자신 있다”고 했다.
그는 동명이인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이 더 유명한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자 웃음을 터뜨리며 “(검색어 순위에서) 제가 그분을 이기려면 엄청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검색하면) 저보단 그분 기사나 영상이 더 많이 나와서 가족들이 속상해한다”면서 “더 열심히 해서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은 앞선 최종예선 4경기에서 2승2무를 거둬 승점 8점을 쌓아놓은 상태다. 3승1무로 승점 10점을 쌓은 이란에 이어 조 2위다. 카타르월드컵 본선에는 조 2위까지 직행할 수 있다. 이번 두 차례 경기에서 승점을 잘 쌓는다면 현재 승점 5점 이하인 아래 그룹과 격차를 벌리며 본선행 7부 능선을 넘을 수 있다.
홈경기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UAE전은 약 3만5000석의 관중석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석으로 개방 운영된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8일 기준 약 60%가 예매 완료됐다”고 밝혔다. 홈 관중의 응원을 업은 이점이 있지만 오랜만에 마주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이라크전은 중립지대인 카타르 도하의 타니 빈 자심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파주=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