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두 가지 경고등이 동시에 켜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35개 선진국 중 가장 빠르다고 경고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잠재성장률이 2030년 이후 OECD 최하위권인 0%대로 추락할 거라고 전망했다. 나랏빚은 급속도로 불어나는 반면 그것을 상쇄할 성장엔진은 갈수록 활력이 떨어져 재정에 더욱 부담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전자는 ‘재정점검보고서’, 후자는 ‘재정전망보고서’의 형태로 발표됐다. 결국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뜻인데, 난해한 통계를 뜯어보지 않더라도 국민은 이런 상황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다. 지난주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에서 다수인 60.1%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에 반대 의견을 냈다. 찬성은 32.8%에 그쳤고, 반대 응답자들이 밝힌 이유는 “재정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었다. 각국 재정을 진단하는 국제기구와 재정 정책의 대상자인 국민들이 한목소리로 한국 정부의 재정 상태와 운용 방향에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국내총생산 대비 51%로, 35개 선진국 평균(121%)과 비교하면 아직 나쁘지 않다. 문제는 나랏빚이 늘어나는 속도에 있다. IMF는 2026년까지 선진국의 평균 국가채무 비율이 3% 포인트 줄어든다고 전망하면서 한국은 거꾸로 15% 포인트나 급증할 거라고 예측했다. 증가폭이 2위 체코의 두 배 가까이 된다는 점도 문제지만, 대다수 선진국이 팬데믹 사태로 확대했던 재정의 역할을 줄여 채무비율을 줄이기 시작한 추세와 정반대로 내닫고 있다는 사실이 더 우려스럽다. 이는 한국의 국가채무 급증이 팬데믹 여파를 넘어 구조적 현상으로 굳어가고 있음을 뜻한다. 현 정부 들어 계속된 확장 일변도 재정 운용, 저출산이 부른 생산인구 감소, 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 증가 등이 겹쳐 나랏빚이 점점 손쓰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잠재성장률마저 빨간불이 켜졌다. 급기야 국가신용도에까지 영향이 미칠 경우 우리는 몇 차례 겪었던 경제위기를 다시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이 본격화됐다. 후보들은 재정을 어떻게 쓰겠다는 약속을 쏟아내고, 국회에선 “돈 풀자”는 의원과 “돈 없다”는 장관의 정반대 시각이 충돌한다. 같은 곳간을 놓고 어떤 이는 꽉꽉 찼다고 하는데, 어떤 이는 텅텅 비었다고 하는 혼란 속에 유권자들은 놓여 있다. 난무하고 부딪히는 말 속에서 합리적 진단과 대안을 가려낼 수 있는가. 미래의 우리 삶은 그것에 달렸다.
[사설] 나랏빚·성장엔진 모두 경고등 켜진 한국 경제
입력 2021-11-0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