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순수공연 예술축제인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스파프)가 7일 막을 내렸다. 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가 주최하는 스파프는 지난달 10월 7일 개막해 대학로 등에서 22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축제 기간은 예년보다 2주 가까이 늘어났지만 특별한 화제 없이 조용히 치러졌다.
올해 스파프의 존재감이 유난히 낮았던 것은 라인업 발표가 예년보다 한 달 이상 늦어졌을 뿐만 아니라 외부에 공식적으로 알리는 첫 보도자료를 축제 개막 1주일 후에나 내는 등 홍보에도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스파프의 예술감독이 블랙리스트 논란으로 물러나면서 준비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탓이 크다. 스파프가 국립극단과 공동주최 형태로 공연을 올리려던 계획이 불발되면서 공연장을 새로 급하게 구해야 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
예경과 공연계의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올봄 스파프 예술감독으로 위촉된 최준호 감독은 축제 프로그램을 준비하던 중 ‘블랙리스트 재발방지 제도 개선 이행협치추진단’ 민간위원인 김미도 평론가와 이양구 연출가 등의 문제 제기에 자진 사퇴했다.
최 감독은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가 펴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 백서’에서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예술감독으로서 작품 검열과 예술인 배제에 주요 역할을 수행했다고 서술돼 있다. 최 감독은 “블랙리스트 조사 당시 내가 소명했던 것들이 수용되지 않았다”면서 “나 때문에 스파프가 피해를 보는 것을 원치 않기에 예술감독을 사퇴했다”고 밝혔다.
국립극단에서 스파프가 공동 기획으로 올리려던 공연이 취소된 것은 블랙리스트 관련이 아니라는 게 김 평론가의 설명이다. 그는 “국립극단 레퍼토리 자문위원회에서 연간 기획 중 창작극이 부족한 상황에서 번역극이 너무 많고 스파프 등 외부 단체와 공동 기획이 4건이나 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스파프의 존재감 하락은 예술감독 논란을 겪은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경에는 축제 전문가가 없는 데다 실무 인력도 3명에 불과한데도 스파프와 서울아트마켓(PAMS·팸스)을 같이 맡고 있어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인데도 뒤늦게 스파프를 비대면 온라인 중계하기로 정했을 뿐만 아니라 영상물 제작 및 등급 심의 등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온라인 개막을 기존 축제보다 한 달 이상 미뤘다. 지난해 온라인으로 개막한 팸스 역시 플랫폼 시스템 장애로 행사가 지연되기 일쑤였고 접속자 수도 민망할 정도로 적었다. 올해는 시스템 장애를 피했지만, 관심은 여전히 적었다.
올해 스파프의 국내 공모 심사나 팸스 프리젠터 등으로 참여한 공연 관계자들은 “스파프는 국내 대표 공연예술축제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지 오래됐다. 하루빨리 제대로 된 축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스파프와 팸스의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는 것도 원점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예경이 스스로 개선할 수 있을지에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