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진 후 관가와 부동산 업계에서 “대장동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살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올 초만 해도 직원의 땅 투기 논란으로 해체까지 거론될 정도로 ‘국민 밉상’이 됐던 LH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면서 오히려 재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당초 LH가 2009년 두 차례나 지정제안서를 낸 끝에 공사를 따냈다. 하지만 이듬해 이명박 대통령이 “LH는 민간 회사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 사업권을 빼앗았다. 그 뒤 익히 알려진대로 성남시 주도로 민·관 공동개발이 진행되면서 화천대유 같은 특정 민간업체에 막대한 수익을 몰아줬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8일 “차라리 그때 LH가 사업을 끝까지 맡았으면 품질 논란은 있었을지언정 특정 업체 특혜 논란으로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대로 개발사업을 수행하는 LH 특성상 특정 업체가 개발이익을 독식하는 사례는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치권 분위기도 달라졌다. 국회에서 LH 개혁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정부는 지난 6월 LH를 자회사와 모회사로 쪼개고 직원을 2000명 이상 줄이는 조직개편안을 담은 LH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정치권 제동으로 표류하고 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급기야 “LH 직원의 조기퇴직이나 사기 저하 문제가 있다. 2000명을 감축하면 조직이 제대로 운영되겠느냐(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는 주장까지 나왔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등 양대 정당 대선 후보가 모두 신규 주택 250만 가구 공급을 공약한 상황이다 보니 차기 정부 역시 섣불리 LH를 건드릴 수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LH는 지난 7일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직위가 해제된 직원의 월급을 최대 50%까지 감액하는 등의 자체 혁신안을 발표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