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의 최종 결정권이 결국 국회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지난 4일 진행된 온플법 관련 비공개 당정 협의 결과,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여당에서 최종 조율한 안을 각자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여당은 법안 관련 교통정리를 마친 뒤 정기국회 내에 온플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1년 넘게 주도권 싸움을 벌이던 공정위와 방통위는 이제 꼼짝없이 여당의 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두 부처 모두 스스로 여당의 ‘정책 하청업체’를 자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서로 이견을 조율할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음에도, 각자 입장만 고집한 채 합의점을 끝내 못 찾았기 때문이다.
두 부처 간 갈등의 시작은 약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디지털 공정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한 뒤 온플법 제정에 공을 들여왔다. 이후 입법예고·법제처 심사를 마쳤고, 지난 1월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부 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돌연 방통위가 지난해 12월 공정위 안이 전기통신사업법 중복 규제 우려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방통위는 의원 입법을 통해 자체 법안을 발의했다. 이때 ‘영역 다툼’이 본격화된 이후 두 부처는 줄곧 평행선을 달렸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부처 간 조정 능력 부재’에 대한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여당이 스스로 해결사 역을 자처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 여당 관계자는 7일 “몇번이나 국무조정실·청와대를 통해 조율하려고 했지만, 방통위·공정위가 부처 이기주의로 계속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틴 탓에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끼리 지난한 갈등을 이어오는 사이 피해를 본 것은 애꿎은 180만 영세 플랫폼 입점업체와 소비자들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공정위 내부에서는 공정위가 정무적 능력을 상실했다는 서글픈 목소리도 나온다. 거의 공정위 손에 쥐어졌던 온플법 주도권을 결과적으로 방통위와 나눠 갖게 된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방통위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온플법은 정부에서 마련한 단일하고 합의된 안”이라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했지만, 그 말이 무색하게 됐다.
신재희 경제부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