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열고 요소수 품귀 사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오늘부터 연말까지 요소수 매점매석 행위를 단속하고 호주에서 요소수 2만ℓ를 수입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디젤 차량의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를 98% 중국에 의존해 단기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음에도 요소가 아닌 완성품인 요소수를 긴급 수입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다. 국내 재고분이 한 달여 정도밖에 안 남아 매점매석 단속도 당연하다. 연말 물류대란을 막기 위한 산업용 요소수의 차량용 전환을 고려하기로 한 방침도 적절해 보인다.
다만 이번 발표와는 별개로 정부가 코로나19 이후 미·중 갈등에 따른 경제 여파와 국제 분업화가 조금씩 균열돼가는 추세를 지나치게 등한시하고 안이하게 대응한 점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2019년 7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는 일본 측의 기습적 보복으로 시작됐다. 그럼에도 전면적이고 신속하게 대응했다. 반면 요소수 품귀는 국제 정세에 조금만 관심 있었더라도 대비가 가능했다.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미국 편을 든 호주의 석탄 수입을 금지한 게 지난해 10월이었다.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로 중국의 에너지 대란이 올 초부터 부각됐다. 그렇다면 중국이 석탄에서 암모니아를 추출해 생산하는 요소의 수출을 제한할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 중국 당국이 지난달 11일 요소에 대한 의무 수출 검사를 실시하라고 한 뒤 정부가 이달 들어서야 부랴부랴 소매를 걷어붙인 것은 늑장 대처라 비판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일본의 규제와 코로나19 이후 특정 국가에 부품 수입을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경제에 취약할 수 있는 지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수입선 다변화뿐 아니라 전략물자의 자국 내 생산 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된 시대다. 정부는 지난 9월 일본 규제에 대응한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강화 2주년 백서에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수입선 다변화를 선제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는데 이번 사태로 망신을 사게 됐다.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점을 정부는 여전히 간과하고 있다.
[사설] 흔들리는 국제 분업화, 근본 대책 마련해야 한다
입력 2021-11-08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