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갈등 미·중 사이… 靑 ‘요소수 딜레마’

입력 2021-11-08 03:03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9년 12월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발 요소수 품귀 사태가 지속되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중국 측에 요소수 공급 재개를 당부할 계획이지만 중국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 견제를 위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분야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에 동참할 것을 우리 정부에 압박하고 있다. 만약 청와대가 바이든 행정부의 요구에 응한다면 안보·무역 패권을 두고 미국과 경쟁하고 있는 중국을 자극하게 되고, 요소수를 비롯한 중국발 필수 물자의 국내 수입이 더욱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말 한반도 비핵화 성과를 내기 위해 미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와 동시에 ‘자원 부국’인 중국과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야 제2의 요소수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국 미·중 사이에서 실리외교를 추구해야 하는 문 대통령의 외교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7일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물자가 1000개가 넘는 상황에서 요소수 사태는 명백한 외교안보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로 ‘요소수 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수급 문제를 논의했다. 문 대통령도 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가 중국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채택한 공동성명에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를 포함시켰다. 공동성명에는 “한·미 정상이 쿼드(미·일·인도·호주 4자 안보협의체)의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내용도 명시됐다. 청와대는 당시 “미국과 중국 모두 우리에게 모두 중요한 나라”라고 해명했지만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며 강력 반발했었다.

외교가에선 이번 기회에 청와대가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중 갈등 격화로 우리 정부가 양국 사이에서 전략성 모호성을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그래도 이익을 위해 최대한 치우치지 않는 외교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