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키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략물자화 위기

입력 2021-11-08 04:02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의 방아쇠를 당긴 건 무엇일까. 공급망 리스크를 유발한 원인은 다양하지만 전문가들은 촉매로 ‘코로나19’ ‘미·중 패권경쟁’을 공통으로 꼽았다.

전문가들은 중국 인도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편입 이후 ‘글로벌 분업화’가 진행되면서 쌓인 리스크들이 코로나19를 계기로 터졌다고 분석한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위원은 7일 “코로나19가 생산·운송·노동 등 물류망 구성 요소에 엄청난 충격을 가하면서 중국에 집중된 생산능력이 새롭게 주목받았다”면서 “반도체, 배터리, 의약품 같이 중요한 품목이 특정국가의 생산에 몰려 있음을 자각하면서 자국중심주의를 강화한 게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촉발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 비중을 낮추는 식으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면서 미국을 중심에 둔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움직임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난 게 미국와 유럽연합(EU)의 철강관세 분쟁 합의다. 중국은 세계 철강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이 각국 반도체 기업을 상대로 주요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반도체 생산시설이 중국과 가까운 한국 대만에 쏠려 있는 데 따른 위기감의 표현이다.

그동안 잘 굴러오던 글로벌 공급망에 파열을 만든 결정타는 코로나19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세계 경제가 너무 위축되면서 시설투자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경제가 살아나며 수요가 몰리니 공급망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신을 활용한 코로나19 통제가 선진국 위주로 이뤄지면서 개발도상국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도 공급망 리스크를 부추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료, 중간재 등을 공급하는 개도국은 충분히 안정화되지 못했다. 이게 미·중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맞물려 전방위적인 타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자국중심주의 강화로 원자재·소재를 전략물자화하는 흐름이다. 김 연구위원은 “요소는 하이테크 제품이 아닌 데도 전략물자화되지 않았나. 자국중심주의가 강해지면서 멀쩡하던 공급망도 삐걱거리고 글로벌 경제가 점차 지역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