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선출된 윤석열(사진)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딜레마에 빠졌다. 정권교체의 열망은 뜨거운데 그 열기가 오롯이 윤 후보를 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로선 2030세대와 중도층을 잡고 비호감 이미지를 벗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러나 윤 후보 측은 대선 후보 선출의 컨벤션 효과가 나타나면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2∼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정권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이 57%에 달했다. ‘현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게 좋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했다.
정권교체 여론이 직전 조사인 한 달 전보다 5% 포인트 상승한 반면 정권 유지론은 2% 포인트 하락했다. 이번 격차(24% 포인트)는 갤럽이 지난해 8월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크게 벌어진 수치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음 대통령으로 누가 좋을지에 관한 질문에는 응답자의 26%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꼽았다. 윤 후보는 24%의 지지율을 얻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15%, 유승민 전 의원 3%를 각각 기록했다. 국민의힘 후보들이 얻은 지지율은 모두 합쳐 42%였다.
특히 윤 후보가 얻은 지지율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직전에 이뤄진 여론조사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만족할 만한 수치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지율이 정권교체 찬성 여론(57%)보다 33% 포인트나 낮았기 때문이다. 윤 후보가 정권교체 열망 중에서 절반에도 못 미치는 비율만 흡수하고 있다는 증거다. 국민의힘 후보들의 지지율을 합한 수치 42%도 정권교체 찬성 여론보다 15% 포인트 모자랐다.
윤석열캠프 관계자는 7일 “예선 전략과 본선 전략은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권교체에는 찬성하지만 윤 후보를 통해 정권교체를 하는 것에 반대하는 여론이 있다는 의미”라며 “윤 후보 특유의 꼰대 이미지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것도 윤 후보 입장에선 좋지 않은 소식이다.
윤 후보가 후보 선출 다음 날이었던 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점심식사를 함께한 것은 2030세대의 표심을 의식한 행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선대위 ‘원톱’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추대하는 것도 중도층을 노린 포석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윤 후보가 외연 확장을 위해 경제전문가인 유승민 전 의원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는 오는 10일 광주를 방문해 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다음 날에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할 계획이다.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당심’을 잡기 위해 보수적 메시지를 내놓았던 전략에서 탈피하겠다는 의도다.
이상헌 강보현 기자 kmpaper@kmib.co.kr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