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된 tvN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 시즌1에선 주인공들만큼 세포들의 활약이 빛났다. 이 드라마에는 주인공 유미의 감정을 애니메이션으로 형상화한 세포들이 등장한다. 초반에는 애니메이션이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갈수록 세포들의 인기가 높아졌다. ‘최애(가장 좋아하는) 세포’를 위주로 팬덤도 형성됐다.
지난달 30일 방영된 ‘유미의 세포들’ 시즌1 최종회의 시청률은 3.2%였다. 드라마와 애니메이션을 접목한 낯선 스타일이어서 폭넓은 시청자층을 확보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드라마 주인공보다 각 세포의 영상이 더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주인공 김유미가 남자친구인 구웅과 데이트할 때마다 나타나 엉큼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세포 ‘응큼이’의 영상은 7일까지 조회 수 98만회를 기록했다. 응큼이가 등장한 장면만 잘라 붙인 ‘응큼이 직캠’을 만들어 올린 팬도 있었다. 이처럼 시청자들은 ‘최애 세포’가 나오는 영상을 보거나 직접 만들면서 팬심을 보였다. “드라마는 안 봐도 세포 영상은 본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웅이가 여자친구인 유미에게 서운해할 때 등장하는 ‘삐짐대왕’ 세포의 영상은 조회 수가 46만회에 달했다. 삐짐대왕은 한 번 행차하면 3년간 머물고 간다는 설정으로 삐지면 좀처럼 풀기 어려운 웅이의 성격을 재치있게 묘사했다. 유미가 잠들 수 있도록 자장가를 불러주는 ‘자장자장 세포’ 영상은 50초짜리 짧은 클립이지만 조회 수 63만회를 기록했다.
극의 흐름을 깬다는 혹평을 들었던 세포들이 갈수록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귀여운 겉모습 때문만은 아니다. 전문 성우들이 열연함으로써 각 세포의 매력을 잘 살렸고 세포들을 통해 주인공의 심경변화를 섬세히 그려내면서 극에 대한 이해를 도왔기 때문이다.
후반부가 대표적이다. 유미가 웅이와 이별을 결심하기까지 과정은 세포들을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됐다. 세포들은 웅이에게 서운한 것이 있을 때마다 광장에 걸린 박에 모래주머니를 던졌다. 여러 세포가 주머니를 수없이 던져도 끄덕하지 않던 박이 결국 터지자 유미는 웅이와 이별을 준비한다. 사소한 게 쌓여 이별의 계기가 됨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유미의 행복을 응원하고 유미를 위해 애쓰는 세포들을 보며 위로받은 시청자들도 많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 내용 자체는 평범한 연애 이야기지만 세포들이 그 과정을 특별하게 만들어줬다”며 “누군가를 만나면서 겪는 심리적 갈등을 드라마로 구현하는 게 쉽지 않은데 세포를 통해 이야기를 전했기 때문에 실감이 났다. 처음 드라마로 본 사람들은 애니메이션이 낯설겠지만 제각각의 색깔을 가진 세포 덕분에 이야기가 더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