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회는 1948년 개원 이후 6·25전쟁 시기를 제외하면 계속 서울에 있었다. 73년이라는 세월 동안 정치의 중심은 언제나 서울이었다.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 근거가 담긴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지 40여일이 지났다.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국회를 운영할 수 있는 길이 드디어 열린 것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준비 중인 세종시는 이제 명실상부한 정치·행정수도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결실
세종의사당 설치는 이춘희 시장이 19대 총선과 같이 치러진 시장선거에서 국회 분원·청와대 제2집무실 유치를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시작됐다.
정치권의 호응이 이어지며 19대 국회에서 박수현 김재원 의원이, 20대 국회에서는 이해찬 의원이 행정중심복합도시에 국회 분원을 설치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지만 임기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여야간 불거진 정치적 공방에 휩쓸리며 발목이 잡힌 셈이다.
한동안 제대로 논의조차 못했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불씨는 21대 국회에서 다시 살아났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와 청와대 이전을 통해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부터였다.
이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2021년 정부예산안에 세종의사당 설계비 127억원이 반영됐고, 지난 2월에는 국회 공청회도 열리는 등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여기에 지역사회의 힘까지 더해지며 결국 9월 28일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세종의사당이 설치될 경우 입법부와 집행부가 멀어 발생했던 행정 비효율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 한국행정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회와 행정기능이 분산돼 발생하는 행정·사회적 비효율을 비용으로 계산할 경우 연간 2조8000억원에서 4조8800억원이 소모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출장으로 인한 혈세 낭비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2016~2018년 세종청사 공무원의 관외출장비는 917억원, 출장 횟수는 무려 86만9255회에 달했다.
2027년쯤 완공 가능할 듯
현재 검토 중인 세종의사당 후보지는 정부세종청사·국책연구단지와 1㎞ 정도 떨어진 전월산~국립세종수목원 사이 부지다. 33만㎡인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1.8배에 달하는 61만6000㎡ 규모다. 각종 절차가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준공은 이르면 2027년쯤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사무처가 주관하는 기본계획 수립은 세종의사당의 입지와 규모, 총사업비 등을 확정하는 과정이다. 세종의사당 건립을 위한 전체적인 틀을 마련하는 단계인 만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설계공모를 통해 최종안이 확정되면 기본·실시설계를 진행하고, 3~4년의 공사를 거쳐 준공이 완료된다. 건설 사업비는 1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세종의사당 설립의 긍정적 효과는 단순히 행정적 측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9년 국회사무처가 국토연구원에 의뢰해 실시한 연구용역에 따르면 세종의사당 건립의 생산유발효과는 7550억원, 부가가치 유발은 1421억원이었다. 고용창출 효과도 2823명에 달했다. 이는 건설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유발 효과로, 행정 비효율 개선 및 국가균형발전 촉진 효과는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세종시로 이주하는 국회 공무원의 수도 5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국회 기능과 가까운 언론·출판사, 시민사회 단체, 연구기관 등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중앙부처 이전보다 더 큰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춘희 세종시장 “세종의사당 설치는 역사적 사건이자 시대적 소명”
이춘희(사진) 세종시장은 “국회 세종의사당 설치는 헌정사에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자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시대적 소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2002년 충청권 신행정수도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때로부터 무려 19년이 지나서야 이 같은 결실을 맺게 됐다고 회고했다.
일각에서 이번 결정을 두고 ‘대선에 앞서 충청권 표심을 잡으려는 전략’이라는 의견도 나오지만, 이 시장은 세종의사당 설치가 가져올 역사적 무게감이 매우 크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균형발전의 실현을 더는 늦출 수 없다”며 “세종의사당 설치가 균형발전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데 여야가 깊이 공감한 결과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국회에 이어 더 많은 기관이 세종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 외치기관이 아닌 여성가족부 법무부 등은 수도권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행정부와 세종의사당이 세종에 있어서 관련 소송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에 제2행정법원과 세종지방법원 설치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세종의사당 설립을 충청권의 공동발전을 견인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충청권 메가시티’ 구축 계획과 연계해 충청권 전역으로 균형발전 효과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장은 “충청권 공동경제구역 조성과 금강관광벨트, 광역철도 및 도로 건설 등을 공약과제로 건의, 국가 균형발전 효과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방분권 정책과 연계해 추진하겠다”며 “세종의사당이 충청권과 전국이 모두 잘사는 국가 균형발전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
[이제는 지방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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