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 대선에서 승리해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 민주당의 기본 가치와 노선은 계승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문재인정부가 실패했다고 평가받은 부동산정책이나 일부 경제정책은 수정·보완하거나 전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와의 차별화 문제에 대해 신중한 스탠스를 취한 것이다.
정 의원은 이어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한 정치 보복과 과거에만 매몰돼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국가지도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해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개인 비리’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 의원은 이번 민주당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캠프를 사실상 이끌었다. 이 후보가 대선 후보에 선출된 이후 민주당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을 맡고 있다. 정 의원과 이 후보는 정치적 고락을 함께한 사이다. 두 사람은 28회 사법시험(1986년) 합격 동기로 1987년 3월 사법연수원에서 처음 만나 34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정 의원은 2017년 대선 당시 민주당에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태풍이 불 때도 당시 이재명 후보 경선캠프에서 뛰었다.
지난 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정 의원을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터뷰=하윤해 정치부장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문재인정부에서 검찰총장으로 임명돼 일하면서 민주당 정권과 대립하다가 나와서 4개월 만에 반대 정당에 들어가 제1야당 대선 후보가 된다는 게 특이하고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야당을 탓하기보다 우리(여권)의 문제가 있지 않았나 생각도 해본다. 그러나 검사만 26년 동안 한 분(윤 후보)이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수많은 경제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이 있는지 걱정스럽다.”
-이 후보가 윤 후보에 비해 왜 낫다고 생각하는가.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인생의 모든 과정이 완전히 대척점에 있다. 이 후보 어머니는 시장의 공중화장실을 청소해주고 사용료 10원, 20원을 받는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공장에서 일하느라 중학교, 고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했다. 반면 윤 후보는 평생을 금수저로 살아온 사람이다. 부친은 교수였고 돈 걱정할 필요가 없는 집안에서 자랐다.
검정고시를 통과한 이 후보는 1982년 장학금을 받고 중앙대 법대에 들어갔다. 그리고 입학 4년 만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죽을힘을 다해 공부한 것이다. 반면 윤 후보는 집안이 넉넉하니까 사법시험 9수를 하면서, 본인(윤 후보)이 자랑처럼 얘기한 것이지만 친구들과 술 마시면서 공부한 것 아닌가.
이후 과정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는 자신과 같은 삶을 살았던 사람들을 위해 성남으로 돌아가 인권변호사가 됐고 시민운동을 했다. 반대로 윤 후보는 검사의 길로 가서 특수부 검사로 승승장구했다. 그가 했던 일이라는 것이 사람들의 과거를 처단하고 심판했던 일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정권교체 열기가 뜨거운데.
“높은 정권교체 열기를 부인하지는 않겠다. 다만 대한민국의 정치체제는 대통령 중심제다. 그것도 제왕적 대통령제에다 단임제다. 대선은 대통령이 바뀌는 것이다. 이 후보가 승리하면 정권교체라고 말하기 쉽지 않겠지만 권력이 교체되는 것이다. 전 정부와 관련해 ‘계승이냐, 차별화냐’ 이분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대장동 의혹을 집중 부각시킬 것으로 예상되는데.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서 하나만 말하자면 이 후보가 성남시장일 때 5503억원의 공공이익 환수를 이뤄냈는데, 이 정도로 공공이익이 환수된 사례가 있나. 대장동 의혹은 유동규가 돈의 유혹에 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도 그런 사람(유동규)을 잘못 임명한 것에 대해 도의적으로 책임진다고 사과하지 않았나.”
-윤 후보와 관련해 잦은 말실수, 고발 사주 의혹, 부인·장모 관련 의혹이 ‘3대 리스크’로 불린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말실수라는 것은 가끔 발생해야 하는 것이다. 실수가 자주 벌어지면 실수가 아니다. 그 사람의 가치관과 철학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고발 사주 문제는 검찰의 조직 생리상 검찰총장의 지시라든가, 아무리 양보해도 최소한 암묵적 동의나 승인 없이 검사들이 그런 일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중대한 국기문란 행위라고 생각한다. 배우자와 결혼 전 또는 이후에, 배우자와 장모의 여러 행위를 은폐시키기 위해 검찰권과 검사로서의 지위를 악용해서 압력을 행사했다면 이 역시 중대 범죄 행위다.”
-국민의힘보다 민주당의 ‘원팀’ 의지가 약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에서 이 후보와 가장 격렬하게 경쟁했던 이낙연 후보도 (이재명 후보와의) 회동을 통해 (앙금은) 다 풀어졌다. 이낙연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이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 호남쪽 분들이라 원팀이 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오히려 국민의힘 경선 결과를 보면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굉장히 크다는 것이 드러났다. 당심은 윤 후보였지만 민심은 홍준표 후보였다. 여러 의혹에 둘러싸인 윤 후보는 도덕적으로나 정책적으로나 부족함이 많다.”
정리·사진=안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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