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감찰 활동이 정상궤도를 벗어나고 있다. 서울고검은 현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사모펀드 의혹 수사팀을 감찰하고 있다. 진정이 접수됐기 때문에 감찰을 한다는 것이다. 수사팀이 조 전 장관과 관련된 부분만 수사하고 사모펀드 의혹 배후로 지목된 자동차 부품업체 ‘익성’ 등에 대한 수사를 소홀히 했다는 게 진정의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진정 내용은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피고인 측의 논리와 비슷하다.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는 재판에서 ‘익성이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의 실소유주’라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 6월 조씨가 코링크PE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면서 징역 4년을 확정했다. 검찰이 기소한 피고인 측의 논리를 근거로 검찰이 검찰을 감찰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 감찰담당관실도 서울중앙지검에 조 전 장관 일가 사건의 수사 기록 제출을 요구했다고 한다. 수사팀 감찰을 지휘하는 사람은 조 전 장관 수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이성윤 서울고검장이고, 법무부 감찰담당관은 임은정 부장검사다. 이 고검장과 임 감찰담당관은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에 부정적이었던 대표적인 인사들로, 윤석열 당시 총장과 대립했던 인물들이다. 서울고검에 감찰을 지시한 대검 감찰부장은 윤 총장 징계를 주도했던 한동수 부장이다. ‘표적 감찰’ ‘보복 감찰’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에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검 대변인이 쓰던 공용 휴대전화 관련 자료가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넘어갔다. 대검 감찰부가 지난달 29일 대검 대변인의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태로 제출받아 포렌식 작업을 했고, 공수처는 지난 5일 대검 감찰부 압수수색을 통해 이 자료를 확보했다. 대검과 공수처 모두 “미리 조율된 게 아니다”라고 했으나,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하청 감찰’ ‘주문형 감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검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가 고발 사주 의혹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대검의 공식 언론창구인 대검 대변인 휴대전화를 통해 언론의 취재 활동을 살펴보려는 의도 아니냐는 비판을 허투루 들을 수 없는 이유다. 문재인정부 검찰개혁의 주요 목표 중 하나가 검찰의 중립성이었다. 지금 검찰의 ‘이상한 감찰’은 중립성의 경계를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