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평양 조용기심장전문병원 건설 자재·장비 반입을 위한 대북 제재 면제를 승인했다. 이에 따라 골조만 세운 채 방치된 병원 건설이 재개될 가능성이 열렸다. 심장병으로 고통 받는 북한 어린이를 돕기 위해 시작된 이 병원이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 실마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조용기심장전문병원은 고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가 2007년 평양에 병원을 짓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전세계 심장병 무료 수술사역을 20년 넘게 이끌었지만 정작 우리 동포를 돕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추진한 대표적인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업이다. 총공사비 200억원이 투입돼 평양 한복판 ‘병원거리’에 7층 건물, 260개 병상이 들어선다. 남측 의료진, 전문인력 뿐 아니라 목회자까지 상주하며 치유목회 사역을 펼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 직후 취해진 5·24 조치로 공사가 중단됐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유엔 차원의 강도 높은 제재로 준공이 요원해졌다. 이제 건축자재와 CT 스캐너, MRI, 수술대 등 의료장비 반입이 승인됐으니 북한이 적극적으로 호응한다면 1~2년 안에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남북관계는 2018년 판문점 정상회담 이전 최악의 상황으로 회귀하는 중이다. 북한은 코로나19를 막는다며 문을 잠그고 잔뜩 웅크린 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비롯한 신형 발사체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미국을 향한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고리로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좀처럼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런 만큼 유엔의 제재 면제는 다시 없는 좋은 기회다. 북한은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세계 각국이 제공하는 인도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