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격언처럼 떠돌던 단어는 ‘10만 전자’와 ‘천슬라’였다. 한국과 미국 증시에서 ‘국민주’로 통하는 두 기업은 곧 주가 10만원, 10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채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두 기업 주주의 희비는 엇갈리고 있다. 두 기업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지만 장밋빛 업황 전망을 등에 업은 테슬라는 1200달러를 넘어선 반면 반도체 업황 악화가 우려되는 삼성전자는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삼성전자가 테슬라처럼 될 수 있을까란 질문에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테슬라는 지난 5일(현지시간) 1222.09달러로 마감했다. 5월 들어 600달러를 하회하며 부진했던 때보다 2배 이상 올랐다. 반면 삼성전자는 1월 11일 최고가(9만6800원)를 찍은 후 꾸준히 하락해 7만원을 겨우 지키고 있다.
올 1분기 이후 잠깐 함께 지지부진하던 두 종목의 주가가 교차하기 시작한 건 지난달부터다. 테슬라는 지난달 12일 8개월 만에 종가 기준 800달러를 회복했다. 이어 한 달도 채 안 돼 50% 넘게 급증했다.
테슬라 주가가 다시 질주하는 배경에는 경쟁사들을 압도한 3분기 실적도 있지만 전기차 업황에 대한 선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미국 대형 렌터카 업체 허츠의 모델3 10만대 구매 발표로 주가는 1000달러를 돌파했다. 허츠의 주문량은 지난해 테슬라 판매량(49만9550대)의 20% 수준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지난 1일 “테슬라는 생산보다 수요가 훨씬 많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액(73조9792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실적이 주가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업황 악화를 꼽는다. D램 가격 하락과 중국의 경기 및 IT 수요 악화 등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목표치를 9만5000원에서 9만원으로 하향하며 “생각보다 비메모리 부품의 공급 부족이 길어지며 예상치 못했던 주문량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불안정한 외국인 수급도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주식을 2조5237억원 순매도했다. 테이퍼링 등을 앞두고 한국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가 타격을 입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을 다졌다는 의견도 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7일 “연중 내내 부진했던 만큼 조그만 호재에도 주가는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