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9곳은 내년 투자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경기 회복이 더딘 데다, 원자재 수급 불안 등 경제를 둘러싼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여전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기업 316곳을 대상으로 ‘위드 코로나 시대의 기업환경 전망과 대응과제’를 조사한 결과, ‘내년도 투자계획을 세웠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미 수립했거나 수립 중이라고 답변한 기업은 11.7%에 불과했다고 7일 밝혔다. 반면, 현재 검토 중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32.1%였다. 아직 검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56.2%나 됐다. 10곳 중 9곳은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달부터 방역 정책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됐지만, 기업들은 내년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는 입장이다. 불확실성이 위드 코로나 시대에도 지속될지를 묻자 ‘지속되거나 확대될 것’이라는 답이 68.0%에 달했다.
최근 들어 불거지고 있는 원자재 수급 불안은 기업에서 가장 우려하는 불안요소다. 응답 기업의 37.7%가 ‘원자재 수급 애로 및 글로벌 물류난’을 기업활동에 영향을 주는 불안요소로 지목했다. 이어 ‘인력 부족’(20.6%), ‘노동 환경 등 규제환경 지속’(17.1%)이었다.
실제 철강을 중심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영업이익이 크게 줄거나, 반도체 등 주요부품 조달이 어려워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디지털 전환, 탄소중립, ESG 실천 등 당장 기업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추구해야 할 과제도 부담이 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술과 경쟁 환경이 급변하고, 기업 활동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늘어나면서 기업이 체감하는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불확실성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제품 가격이나 경쟁력은 물론 기업의 미래 운명까지 좌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불확실한 미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과제로는 ‘물가 안정 및 원자재 수급난 해소’(31.0%)를 꼽았다. 전인식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기업 간, 국가 간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기업들이 마주하고 있는 불확실성은 기업 노력만으로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 정책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