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1년 5월 14일은 한국교회사에서 큰 사건이 있었던 날이다. 한국인 최초의 목사가 2명이나 탄생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김창식(1857~1929·왼쪽 사진) 목사와 김기범(1868~1920·오른쪽) 목사로, 두 사람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상동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는 한국인 최초 목사 탄생 120주년을 기념해 연말까지 다채로운 기념행사를 선보인다고 7일 밝혔다. 기감에 따르면 김창식 목사와 김기범 목사는 신학반(theological department)에서 수학한 뒤 목사가 됐다. 신학반은 1887년 배재학당이 학생들에게 방과 후 성경공부를 시킨 기관으로 감리교신학대의 효시라 할 수 있다.
김창식 목사는 배교를 강요당하면서도 신앙을 지키며 평양 남산현교회를 개척했다. ‘조선의 바울’로 불리기도 했다. 김기범 목사는 헨리 아펜젤러 선교사가 1902년 작성한 선교보고서에 등장한다. 아펜젤러는 “한국 기독교인 중 가장 신사적이고 온유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김기범 목사는 인천 내리교회 첫 한국인 담임목사이기도 하다.
기감은 오는 24일 서울 광화문 기감 본부에서 두 목사의 업적을 설명하는 학술대회와 이들 목회자의 삶을 정리한 책 ‘한국교회의 큰 머슴들’ 출간을 기념하는 감사예배를 드린다. 기감 관계자는 “책에는 김창식 목사와 김기범 목사 외에도 한국사회 발전에 기여한 목회자 120여명에 대한 이야기가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 달 5일에는 서울 남산교회에서 강연회, 사진전 등이 열린다. 성탄절인 25일에는 KBS 1TV를 통해 다큐멘터리 ‘머슴 바울’이 방영될 예정이다. 제작진은 두 목사 가운데 김창식 목사의 삶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감리교단 안팎에서는 지난봄부터 두 목사의 삶을 기리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곤 했다. 지난 5월에는 상동교회에서 이들 목사의 삶을 기리는 기념예배가 있었고, 감신대에서는 지난 9월 학술대회를 열었다. 학술대회에서 이덕주 전 감신대 교수는 “두 목사의 안수를 계기로 한국 개신교회 목사 안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고 평했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