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도 화상 환자, 한약재 연고·침 치료만으로 크게 개선

입력 2021-11-09 04:06
발목 부위에 열 화상을 입은 환자의 한약재 연고 및 침 치료 후 상처가 개선돼 가는 모습. 왼쪽부터 2015년 1월 17일, 2월 21일, 6월 3일 촬영된 상처 부위다. 자연재생한의원·미국화상학회 학술지 제공

피부 이식이 필요할 정도의 깊은 화상을 입은 환자들을 수술 없이 한약재 연고와 침 치료로 크게 개선시킨 사례 보고가 미국 화상학회(ABA)의 공식 학술지에 실렸다. 부정적 시각이 강한 중증 상처의 한의학적 치료에 대해 해외 학계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크다.

자연재생한의원 조성준·전상호 원장과 원광대 임정태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은 2015~2019년 각각 발과 발목, 정강이, 손, 손목에 전기 및 열 화상을 입은 4명을 대상으로 하루 두 번의 자침과 세 번의 연고 드레싱을 시행해 치료한 증례에 대한 연구논문을 과학기술논문색인 확장판(SCIE) 학술지 ‘화상 치료·연구(Journal of Burn Care & Research)’ 최신호에 발표했다.

3도 화상은 표피와 진피, 피하 지방층까지 피부 조직 및 신경이 모두 손상돼 일반적으로 재생되지 않는 상태로 알려져 있다. 의학계는 3도 화상의 표준 치료로 조기 절제 및 피부 이식을 권고하지만 해당 부위 구축(피부가 쪼그라듦), 흉터, 변색 등이 불가피하다. 이런 한계점 때문에 연구에 참여한 4명은 화상전문병원에서 피부 이식을 권고받았지만 한의 치료를 택했다.

연고는 항균, 항염증, 항산화, 진통, 항알레르기 등의 효능이 있는 한약재(황기 백지 당귀 자초 금잔화 황련 등) 추출물로 구성됐다. 침 치료는 피부 재생을 촉진시킨다는 실험연구들이 보고돼 있다. 조성준 원장은 “침 자극이 상처 부위에 면역 물질을 가도록 하고 혈액 순환을 좋게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화상 흉터 측정에 가장 많이 쓰이는 척도(mVSS)를 평가 지표로 삼았다. 점수는 0~15점으로 높을수록 화상 정도가 심하다. 치료 결과 4명의 mVSS는 치료 전 평균 6.75점에서 치료 후 평균 4점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한 예로 A씨(36·여)는 2015년 1월 발목과 뒤꿈치 부위에 3도 열 화상을 입어 피부 이식 수술을 권유받았으나 약 7개월간 연고 및 침 치료를 받았다. mVSS가 치료 전 7점에서 치료 후 4점으로 호전됐다. 화상 상처는 육안으로도 초기에 비해 뚜렷하게 아물어 보였다. 4명의 환자 모두 치료 후 이상 반응은 없었고 추적 관찰에서 악화나 재수술도 없었다. 임정태 교수는 “앞으로 단계적으로 중증도를 높여가며 치료 사례를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