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재고량 파악 여부에 대한 산업통상자원부 측 말이 24시간도 채 지나기 전에 완전히 바뀌었다. 산업부는 4일 요소수 원료가 되는 ‘산업용 요소’의 재고량을 모두 파악했다고 밝혔다. 불과 전날까지만 해도 기자에게 “환경부가 확인 중”이라며 재고량 파악 여부에 난색을 표했던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그 짧은 시간에 파악을 완료했다면, 그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정말 파악했을까’라는 물음표가 쉽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산업부가 정확한 재고량 수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소수를 수입하는 업계에서조차 이달 말 재고량이 소진된다거나 2개월은 갈 수 있다거나 하는 추측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1997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에 돈을 빌리기 직전까지 ‘외환 보유고 감소로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던 상황까지 떠오른다는 이들도 있다. 산업부가 시장 혼란을 피하려고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말이다.
재고량 파악을 완료한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요소수 품귀 사태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이미 한참 전에 중국과 호주가 석탄 전쟁을 벌였다. 산업용 요소는 석탄으로 생산한다. 중국에서 석탄 부족 현상이 벌어진 시점부터 국가의 산업·통상 분야를 책임진다는 산업부 담당자들은 경각심을 갖고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위협에 대한 선제적 대응은 사실상 전무했다. 막상 국내에서 요소수 품귀 사태가 벌어지고 언론에서 보도를 한 뒤에야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나섰다. 그렇게 내놓은 대책 중 하나가 ‘매점매석’을 단속하겠다는 얘기다. 아예 요소수 ‘씨’가 마른 후에야 정부 대책으로 오른 것이다.
산업부는 지난 9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경쟁력 강화 2주년 백서인 ‘K-소부장 새로운 역사를 쓰다’를 발간했다. 2019년 7월 시작된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3종의 수출 제한을 계기로 한국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자평하는 책이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수입선 다변화, 국산화율 상향 등의 노력이 담겨 있다. 시간을 두고 핵심 품목을 선별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이상이 생겼을 때를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발생한 요소수 품귀 사태로 그동안의 노력은 빛이 바랬다. 자화자찬보다는 예측 가능한 피해를 막아주길 바라는 게 국민의 마음이란 점을 산업부가 곱씹어주길 바란다.
신준섭 경제부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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