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코로나·경제·기후 성과냈지만… 美·日과 정상회담 불발

입력 2021-11-05 04:03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V4(비셰그라드 그룹) 비즈니스 포럼’에서 답사를 마치고 다가온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V4는 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4개국 협의체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7박9일간의 유럽 순방을 마무리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 헝가리 국빈방문 일정을 소화하며 “한반도 평화와 코로나19 극복 및 경제 회복,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다만 이번 순방 기간 한·미, 한·일 정상회담은 무산됐다. 문 대통령은 한·헝가리 정상회담에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50년까지 기존 원전을 그대로 운영한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배치되는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문 대통령은 유럽 방문 기간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 대한 주요국 정상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지난달 29일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문 대통령은 방북을 요청했고, 교황은 “기꺼이 가겠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하루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3분간 대화를 나눴다. 바이든 대통령은 교황의 방북 가능성을 전해듣고 “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백신의 공평한 공급과 경제 협력 강화도 이번 순방의 주된 주제였다. 문 대통령은 30일 G20 정상회의 1세션에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의 경험을 모든 나라와 적극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일 헝가리와 체코, 슬로바키아, 폴란드 4개국으로 구성된 지역협의체 비셰그라드 그룹(V4)과의 정상회담에선 에너지, 인프라,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수소경제 육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COP26 정상회의 기조연설을 통해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40% 상향 계획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한국이 선진국과 개도국 간 가교 역할을 하는 국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안보와 환경을 결합한 ‘남북 산림협력’ 방안도 제안했다.

한·미, 한·일 양자 회담이 불발된 건 아쉬운 부분이다. 한·미는 종전선언 등을 놓고 이견을 노출하고 있다. 이 간극을 줄이기 전까지는 정상회담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순방 기간 동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조우하지 못했다. 청와대는 향후 양자 회담을 포함한 한·일 정상 회동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양국이 과거사 문제 해법을 먼저 제시하지 않는다면 당분간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 정부는 순방 기간 헝가리·폴란드와 원전 협력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문 대통령은 한·체코 정상회담에선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바탕으로 40여년간 원전을 건설, 운영했다”며 “여기에 체코의 제조 기술력이 결합한다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탈핵 기조를 유지해 온 문 대통령은 ‘국내는 탈원전, 해외에는 원전수출’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부다페스트=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